서울과 수도권 일부 도시의 집값 연속 상승으로 서민 주거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주택 공급 가속화는 시급한 현안이다. 7일부터 시작되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의 가장 큰 쟁점은 이재명 정부에서 급등한 수도권 집값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6주 연속 상승해 문재인 정부 때 세운 종전 최장 기록(85주)을 넘어섰다. 누적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85주 동안 7.7% 올랐지만 현 정부에선 17.6% 올라 두 배를 넘었다. 정부는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 부지의 주택 공급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수도권 주택 매매 및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8·13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을 비롯한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 135만 호 착공 목표의 이행력을 높이고 신규 택지 10만 호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 호 이상 추가 공급을 추진해 국민이 원하는 입지에 저렴하게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3기 신도시 및 도심 유휴부지로서 수도권은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인천 계양 등 기존 3기 신도시 물량과 함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를 감상했다. 호기심에 보긴 했지만 ‘부앙부앙’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AI시대에 이런 영화가 인기를 끄는 걸까? 이성적인 내게는 좀 의아하다. 물론 이해를 못 할 것도 없다. 세상이 진화할수록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져 신앙이나 신화 같은 의지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한 통계에 따르면 점집이나 종교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들, 루르드(Lourdes)를 찾는 사람들, 그들 역시 같은 심리일지도 모른다. 지난 주 교황 레오 14세가 루르드를 방문했다. 그를 에워싼 인파는 인산인해였다. 프랑스의 가톨릭 사목을 위해 방문한 그를 보러 왜들 저렇게 모여든 것일까? 가톨릭 교황과 루르드의 조합은 영적인 힘을 배가시킨다고 믿는 것일까.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성지 루르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한다. 지난 2023년 한 해 방문객 수는 320만 명. 이 중 약 6만 명은 환자와 장애인이었다.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성지, 브라질의 아파레시다 성모대성당,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모성지에 이어 네 번째로 인기가 많다. 피레네 지방에 있는 루르드는 비고르 백작령의 옛
이번 주부터 국회에서는 전쟁이 벌어진다. 호통치는 의원과 난감한 표정의 장관, 며칠 밤을 새워 좀비가 된 보좌진들. 시끄러운 공방 속에서 채널을 돌리기 전에 생각해 보자. 저들이 다투는 장부에는 내 세금이, 저들이 따지는 정책에는 우리 가족의 일상이 들어 있다. 국정감사는 국민이 정부에 요구하는 연례 업무보고다. 선거로 맡긴 권한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정부는 정보를 갖고 국민은 결과를 겪는다. 지원금은 왜 늦는지, 병원은 왜 부족한지, 위험한 제품은 어떻게 팔렸는지 우리가 혼자 알아내기 어렵다. 국회가 자료를 요구하고 책임자를 불러 묻는 이유다. 국감이 없다면 잘못을 설명할 사람보다 억울함을 감당할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국감에는 세상을 흔든 질문들이 있다. 1988년, 16년 만에 부활한 국감에서는 군사정권의 언론 통폐합을 추궁했다. 2018년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감사 결과는 학부모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이후 유치원 3법 통과와 K-에듀파인 전면 도입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질문은 이미 벌어진 잘못만 향하지 않는다. 2024년 10월 국감에서 김민석 의원은 군내 '충암파'와 계엄 준비…
도로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산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낮은 건당 기본 단가와 미션 제도, 할증 인센티브 등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기는 요인 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법규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위태롭게 생존을 영위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위정자들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일해야만 겨우 먹고살 수 있는 불합리를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도로 위에서 일하는 노무제공자의 산재 신청이 급증하면서 화물차주와 대리운전 기사 등의 신청 건수도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화물차주의 산재 신청은 3157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편입 직후인 2023년 1421건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더불어민주당·안산병) 국회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노무제공자 직종별 산재신청 및 승인 현황’ 자료에서 확인됐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노무제공자 산재 신청은 1만 5804건이다. 2018년 866건이었던 전체 신청 건수와 비교하면 7년 사이 18배 이상 증가했다. 산재 적용 직종이 확대되면서…
순찰차가 떠난 뒤에도 안전해야 한다. 치안의 성적표는 사건 후 몰려든 순찰차의 숫자보다 주민이 다시 안심하고 밤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범인을 붙잡는 일이 경찰의 책무라면,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공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공공의 책임이다. 최근 발생한 평택의 한 어린이공원 집단폭력 사건은 우리 동네의 안전을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지 묻고 있다. 지난 3일 밤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에서 외국인들이 각목과 야구방망이 등을 동원해 싸움을 벌였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인접한 주거지였다. 경찰은 ‘코드 제로’를 발령하고 현장에서 2명을 체포했다. 달아난 가담자들을 추적하는 한편 기동대를 배치해 순찰과 검문검색도 강화하기로 했다. 엄정한 수사와 신속한 검거를 통해 가담자들의 책임을 가리고 추가 충돌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집중 순찰은 주민의 불안을 덜기 위한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방범 활동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공원을 이용하고 같은 골목으로 귀가한다. 경찰력이 빠져나간 이후의 일상까지 대책에 담겨야 한다. 상시 치안은 모든 골목에 경찰관을 배치하는 일이 아니다. 한정된 인력을 위험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와 시간에 효과적으로 투입
얼마 전 영국 도시·문화·여행 매체인 타임아웃이 서울 종로3가를 ‘2026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꼽았다. 종로3가는 오래된 것과 새것이 뒤섞여 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상업과 유흥, 음식문화에 새 업종이 더해진 곳이다. 수원에도 비슷한 골목이 있다. 행리단길이다. 종로3가보다 역사는 짧고 규모도 작다. 도로명은 아니다. 행궁동과 경리단길을 합쳐 부른 이름이다. 화성행궁 북쪽 신풍동과 장안동, 화서문로를 중심으로 600∼700m쯤 이어진다. 주변 골목까지 넓혀 보면 1㎞ 안팎이다. 수원화성 성곽 안쪽 주택가에 상권이 들어와 형성됐다. 큰길에서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택인 줄 알았던 건물에 카페가 있고 오래된 대문 안쪽에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조금 더 가면 다시 살림집이 나온다. 가게와 주택이 번갈아 나타난다. 주말이면 화성행궁을 둘러본 사람들이 이쪽으로 넘어온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고 벽화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도 있다. 길은 반듯하지 않다. 폭도 일정하지 않다. 담장을 끼고 돌면 작은 마당이 나오고 빨랫줄에는 빨래 몇 점이 걸려 있다. 카페 바로 옆에 살림집 대문이 붙어 있는 곳도 흔하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특징주 기사 쓰면 돈 준다. 새끼치기식 수익 키운 선행매매 일당” 9월 18일 한국일보가 사회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기자들의 선행매매 사건 제목이다. 유사투자자문업체와 손잡은 기자들이 주식을 미리 사둔 뒤 기사를 내 주가를 띄우고 팔아치워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언론계 내부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낸 보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사를 읽다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범행에 가담한 인물들이 A씨부터 H씨까지 온통 익명으로 처리돼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자문업체 대표, B·C·D씨는 각기 다른 매체의 기자였다.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공모하며 특정 기사를 1000건 넘게 뿌리고 억대의 대가를 챙겼다. 하지만 독자는 이들이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 뉴스룸 내 어떤 위치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건의 얼개만 드러냈을 뿐, 언론의 책임을 다한 보도라 하기는 어렵다. 좋은 식재료를 두고도 요리를 그르친 꼴이다. 익명 보도는 내부고발자나 권력기관 관계자처럼 실명을 밝히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취재원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최근에는 이 예외적 장치가 언론의 편의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전문 월간지 '신문과방
시민의 안식처인 평택 부락산이 특정인의 불법 행위와 지자체의 무능한 행정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조성한 문화공원이 온갖 불법 건축물과 무속, 소각 행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인 평택시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키우고 있다. 부락산 문화공원은 3만여 평 규모의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경관 보호와 시민 휴식을 위해 건축물 신축과 토지 형질 변경이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무허가 증축과 토지 형질 변경, 무단 벌채로 산림이 무참히 훼손됐고, 무속 행위 후 생활폐기물을 불법 소각하며 산불 위험마저 키우고 있다. 상시적으로 울려 퍼지는 괴기한 음악 소리와 소음은 인근 주민들의 일상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평화롭던 산책로는 불쾌한 냄새와 소음으로 가득 찼고, 주말마다 공원을 찾던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수차례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평택시의 대응은 실효성 없는 자진 철거 명령에 그쳤다. 행정명령을 비웃듯 불법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현장 단속조차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다. 주민들의 분통이 터지는 대목은 법을 무시하는 불법 행위자의 행태와 이를 사실상 방조한 평택시의 태도다. 불법
검찰청 폐지로 모든 국민의 치안과 국가 질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떠맡게 된 경찰이 부실 수사 등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징계 처분을 거듭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주의·경고 수준의 처분에 그치는 관행을 차단하고 책임을 제대로 묻는 엄정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민의 안전한 삶을 실질적으로 쥐락펴락하게 된 경찰의 철두철미한 자기혁신이 절실하다. 경찰은 최강의 치안 책임 기관으로서 기강 확립부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건 처리 부적절’ 또는 ‘지휘·감독 미진’으로 감찰받은 경찰관은 452명이다. 감찰 대상자의 직급은 경감이 155명(34.3%), 경위가 111명(24.6%) 순으로 나타나 두 계급이 266명으로 전체의 58.9%를 차지했다. 경감은 일선 경찰서 수사·형사과에서 팀장을 맡아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경위는 경사·순경급 수사관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비위 유형별로 보면 ‘사건 처리 부적절’ 355명 중 경감이 106명, 경위가 105명이었고, ‘지휘·감독 미진’ 97명은 경감이 49명, 경정이 33명 순이었다. 감찰
그녀가 노란 보자기를 가만히 내밀었다. 나는 얼떨결에 보자기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내가 강의하는 문학관의 에세이반 수강생이었다. “선생님, 이거라도 매일 챙겨 드세요. 달걀이에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무는 내가 먹는 게 부실할까 봐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양계장에 갔다가 받아온 것인데 막 산란한 달걀이라 난각번호도 새겨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보자기를 풀었다. 서른 개의 달걀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지금은 열 개든 서른 개든 필요에 따라 살 수 있는 흔한 식재료가 되었지만, 달걀을 지푸라기로 엮어 꾸러미로 팔던 때가 있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밥 한가운데 놓여 있던 달걀프라이도 생각났다. 그것만으로도 조금 특별한 도시락이 되었다. 흔하지 않았기에 귀했다. 보자기에 싸여 온 달걀은 그렇게 오래전 기억까지 데리고 왔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많았다. 누구에게 무엇을 보낼지 생각하느라 고민했다. 마음이 잘 전해지는 선물을 고르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헤아리고, 상대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들을 메모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전에 보낸 것을 제외하다 보면 선물 한 가지 보내는 일은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