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이후 반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곤두박질했고, 국민의 자존심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내란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전두환 쿠데타 이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유행했다. 근래의 상황이 전두환 시절을 소환할 정도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계엄선포-국회 대통령 탄핵안 부결(2024.12.7)-탄핵안 가결(2024.12.14)-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2025.4.4)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탄핵 인용되고 21대 대통령 선거 일정이 확정돼 표류하던 대한민국호는 예측 가능한 항로에 진입하는 듯했다. 그러나 5월 첫날부터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지난 십여 일 동안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진원은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대법원 상고심 선고였다. 대법원은 TV 생중계까지 허용하면서 유죄 취지로 2심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공직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과 다르다”고 그 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재판과 달리 전원일치가 아니었다. 임명권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울컥하고 꺼낸 글이 시가 되었다. 논문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시(時)라니? 나는 내가 시를 쓰리라 상상을 못 했다. 돈 안되는 시를 왜 쓰냐고 물으면 딱히 그럴듯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건 시를 썼으므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했던 시가 이제는 나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두 권의 시집을 냈고, 문학상도 받았다. 처음 시를 쓸 때 감정을 표현하는데 급했다면 지금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세상을 보려고 한다. 시와 정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시와 정치는 관계가 있다. 나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부패하고 멍청한 사람과, 영리하게 이익을 취하면서 나라를 위한다는 정치인을 보았다. 권력이 부패하면 시가 깨끗해진다는 글이 생각난다. 나는 가끔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시적 매력보다 시대에 맞서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러한 용기가 없기에 나의 시는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기에 나의 마음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듯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2023년 12월 발표된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024~2028)'의 핵심 과제인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은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돌봄 로봇을 활용한 사회서비스 모델을 지역사회에 확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4년 4월, 충남 당진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를 시범사업 수행 지역으로 선정하고, 6개 기업을 통해 스마트 기저귀(센서) 시스템, 노인건강·안전감지 스마트 조끼, 재활 로봇·자전거, 어린이 식습관 개선 푸드 스캐너, 노인·고독사 관리 AI 스피커, 치매 검진·예방 프로그램 등 여섯 개의 서비스 모델을 지역사회에 제공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고 주민들의 이용과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본 시범사업은 기술의 현장 실증 및 활용을 지원하여 복지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사회서비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추가적인 시범사업 모집 공고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1차 시범사업의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26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쳐 정당한 절차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정당이라는 정치 공동체 안에서 공정한 규칙을 따르고 그 규칙에 기반을 둔 지지와 책임을 감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경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덕수 전 총리가 느닷없이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에게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길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은 역사 곳곳에 반복되어 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보다 감독의 판단과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대표팀을 구성했다. 수월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명분 아래 팀워크와 내부 신뢰는 무너졌고 결국 선수들은 훈련을 집단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결과는 국가적 망신에 가까운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축구는 단순한 기량의 경쟁이 아니라 팀 전체의 조화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는 스포츠다. 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팀은 하나로 뭉칠 수 없고, 분열된 팀은 이길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절차를 무시한 정치가 얼마나 깊은 후유증을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부통령이던 허버트 험프리는 단 한 번의 예비 선거(프라이머리)도
스승의 날 내력 6.25 내전이 끝난 직후, 온 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충남 강경여고에서 있었던 일이다.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의 그 짙은 슬픔을 풀어주고, 기숙사에서 앓고 있는 학생에게 손수 죽을 끓여 먹이고 약을 달여준 교사가 있었다. 훗날 그 분이 연로하여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1958년이었다. 그 3년 뒤, 윤석란양이 병석에 누워 있는 은사를 돌보다가 퇴직교사들을 모셨다. 이 뭉클한 사연은 순식간에 충남 전체에 펴졌다. 충남 RCY는 ‘은사의 날’ 행사를 벌이게 되었다. 그 물결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RCY 전국 중앙회는 1965년 겨레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생일(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스승의 날과 관련된 감동적인 역사다. 17살 소녀는 수녀가 되어 이웃사랑과 봉사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80살이다. 만인이 공교육 붕괴에 대해 절망하는 이 시대에 어느 날 모교를 방문한 수녀가 말했다. “학교는 여전히 아름답고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샘의 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른 흙도 생명을 얻고 되살아나게 되는 이치입니다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는 인간이 공수래공수거임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신던 낡은 구두에 철제 십자가,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장식이 없는 관에 누워 계셨다. 가슴이 찡한 이 영적 지도자의 장례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정치적 암투가 또 벌어졌다. 한덕수와 김문수 단일화 방식을 놓고 국힘의 한 의원이 새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를 거론했다. 이에 한 정치 평론가는 콘클라베가 무엇인줄 아느냐? ‘걸어 잠그다’라는 뜻이라며 말미를 흐렸다. 이 불편한 장면들을 목격한 필자는 콘클라베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클라베는 어원적으로 라틴어 ‘cum clave’에서 유래한 ‘밀폐된 방’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투표 기간 격리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추기경들은 투표 과정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이러한 고립은 교황청회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통해 교황청회의 신성하고 심의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추기경 회의로 정의된다. 이는 고립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영적, 의례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자녀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기념과 축하의 의미로 손목시계를 선물해주었다. 시계는 시간을 본다는 본질적인 의미 외에도 사회적 레벨을 암시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그것은 현재에도 그런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은 시계의 본질적인 용도는 거의 폐기된 것 같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는 시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조정하는 역할까지도 한다. 디지털 시계는 현재라는 한 점을 정확하게 표시해주고 숫자를 그냥 읽으면 되기 때문에 시계 읽는 법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시계는 60초가 1분, 60분이 1시간, 12시간이 반나절, 시침의 두 바퀴가 하루라는 복잡한 진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시계 읽기를 배울 때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3개의 바늘을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계 속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유기적인 관계가 잘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먼저 시계의 3가지 바늘 중에서 가장 쉬임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것은 바로 초침이다. 그들은 한시도 쉴 수가 없다. 비록 연약하지만 초침의 부지런한 족적들이 모여서 분침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몇 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
호숫가 정자에 앉아 있는데 호수를 건너온 아침햇살이 다가와 나를 꼭 껴안는다. ‘이게 자연의 품이겠지! 아니 생전의 어머니 품인가, 떠나간 아내의 체온인가?’ 5월의 아침햇살과 오후의 햇볕의 질감을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연의 품에서 아침햇살의 부드러운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정자에서 일어나 걸었다. 호수를 뒤로 하고 한동안 걸으면 복숭아 과수원으로 이름난 ‘대지’ 마을이다. 그곳 풋마늘의 생명력에도 눈 주고, 마을회관 옆집 꽃밭에서 꽃들에게 눈을 주고 있었다. 그때 꽃집에서 나온 아주머니는 떡국이 든 큼직한 통을 들고 가더니 골목 입구 첫 집 낮은 담의 창문을 밀치고 할머니에게 음식 통을 건네고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 간다. 그래 저 모습이야! 사람 사는 맛이란 담장 위로 음식을 주고받는 정으로 소중한 이웃이 되고 고을 인심이 넉넉해지는 것이지- 생각은 고향에서 살던 우리 집과 이웃 사람들의 얼굴과 인정으로 가슴이 훈훈해졌다.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생각이었다. ‘인생은 부싯돌의 불빛처럼 짧다.’고 했다. 그렇듯 짧은 인생이 왜인지 지루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오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외로움과 다르고 쓸쓸함과도 다
일상생활에서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관한 의견을 소통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의 모습이 됐다. 이러한 소통의 수단을 통해서 일상의 유용한 정보부터 같은 아파트나 마을 나아가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허위의 사실의 표명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나 이웃 간에 명예훼손으로 서로 고소하는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사소한 다툼의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역시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표현의 내용이 객관적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중도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도층뿐만 아니라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일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결과(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설문에서 ‘의견 유보’ 응답은 18%였다. 직전 조사(23%)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통계적 오차 범위 내 변화에 불과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응답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견 유보층은 10%에 머물렀다. 정치권은, 현재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후보 선택을 망설이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약속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표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보층과 중도층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이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