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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버림과 남겨둠의 미학

학교자율화 교육경쟁 가중 초래
교육 다양화 유도·권한 양보 필요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부에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직후, 필자가 평소에 존경하는 서울여대의 K교수님이 학교 자율화 조치를 정원 조경 작업에 비유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 놓을 것은 남겨 놓는 일이다.’

‘버림과 남겨둠의 미학’. 이 말은 굉장히 평범하고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일을 행하는 것은 가장 고민스럽고 가장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자율을 위해서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자율화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버려서는 안되고 비록 불필요해 보일지라도 남겨 둘 것이 있다.

자율은 스스로가 모든 일에 있어서 어떤 외적인 권위나 자연적 욕망에 구속되지 않고 이성적 능력으로 행위와 책임의 주체된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자기 규제 능력이 전제돼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학교자율화 계획이 적절한 조치였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학교가 교육의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자기 규제 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해 보면 된다. 자기 규제 능력의 걸림돌이 바로 입시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번 학교자율화의 주된 골자는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학교 중심의 자치기반 마련하겠다는 취지 아래 교육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29개 지침을 즉시 폐지하고, 규제성 법령 조항 13개를 6월 중에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특별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단위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은 학교가 직접 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입시 경쟁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제까지 단위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을 보다 빨리 등교하게 해 수업을 받게할 수도 없었고 사설 학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도 마음껏 볼 수도 없었으며 보충 자율학습도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위 0교시 수업도 가능하게 됐고,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에도 학교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며, 수준별 이동 수업도 학생, 학부모들의 요구나 수준에 따라 적절한 수업 방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교육 경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안전장치들은 제거된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 학교 현장은 보다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모할 것이 틀림없다. 학생들의 학업에 심리적 부담은 물론 정신적 압박감도 한층 가중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교육 경쟁이 공교육 체제 안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러면 현장 교사들도 교육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물론 학교끼리 경쟁을 하고 그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경쟁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학교자율화를 위해 모든 규제들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자율화 계획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교육의 자율과 자치를 바탕으로 학교 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고 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 구성원에게 돌려주자는데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조치는 대학입시라는 굴레에 갇혀서 자율과 자치보다는 오히려 타율과 강제로 나타날 소지가 있으며 학교 교육을 다양화시키기 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획일화시킬 공산이 더 크다. 그렇다면 문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학교 자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주체들의 법제화이다.

진정한 학교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가 없으며 무엇을 남겨놔야 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그 기준은 입시 경쟁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진정으로 행복해 하는 배움터에 마련해 주는 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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