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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경계를 허물다

남양주 모란미술관 ‘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展

미술계 일각에서는 ‘탈조각’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와 시대의 특성을 아우르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각의 시대성에 대한 되새김같은 소중한 자리가 남양주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관람객들은 마음의 빈자리에 정형화되지 않은 언어로 시적 아우라를 쌓아가고 풀어헤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기도 하다.<편집자주>

허물어지는 공간, 그리고 조각.

남양주 모란미술관은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특별기획전 ‘오늘의 한국조각’의 일환으로 ‘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전을 개최한다.

지난 1996년 시작된 이 기획전은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한국 미술의 큰 테마들을 한발 한발 짚어왔다.

한국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를 재조명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미술사적인 성격과 의의를 부여함과 동시에 대표적인 경향들을 제시함으로써 미술문화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구경숙, 김일용, 박소영, 박원주, 차기율 등 초청 작가 5명은 40여점의 작품을 통해 ‘조각으로부터 조각으로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도해낸다.

작품의 정체성은 작가의 손에서 그려진다는 것을 증명해내듯 개성있는 개개의 작품들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볍다. 일시적이다. 움직인다. 변형이 가능하다. 그 실체가 모호하고 희박하다.

최근 조각의 경향은 이렇듯 조각의 한계를 거슬러오르고 있다.

전시되는 주요 작품들은 전통조각과의 연관성이 유지되는듯 하면서도 단절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이번 전시회는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형식은 가급적 피하고, 정통조각과의 최소한의 연관성 속에서 정통조각과 탈조각의 경계에 위치한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그 중 작가 구경숙의 ‘크리셀리스’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말라비틀어진 김, 해초가 매달려있는 모습은 삶의 애잔한 무언가를 속삭이듯 다가온다.

금방이라도 비릿한 바다의 냄새가 온 방 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다.

어쩌면 먼 시간의 어디쯤 바다를 유영하던 식물들이 그대로 화석이 돼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손을 내밀면 잡힐 듯한 기억의 단상들, 축 늘어진 해초의 어깨, 생의 한 부분에 큰 숨을 불어넣어줘야 할 것만 같다.

작가 김일용은 몸을 다듬는다.

찢겨진 살점, 욕망, 삶과 죽음, 그 안으로 보이는 또 다른 그림자.

그것이 몸의 형상인지 몸이 말하고 있는 삶의 풍경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상상을 부여한다.

육체를 거부하는 육체의 모습은 또 다른 자아의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하는 듯 하다.

누구도 허물지 못하는 몸의 구속이 작품으로 실현될 때의 쾌감은 관객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할 것이다.

양감과 질량이 결여된 작품들은 회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작품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는 정통조각과 탈조각의 중심에 서서 미술 의식을 넓히고 시대에 주어진 사명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문의)031-594-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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