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0일 방북 중인 미 국무부 성김(Kim) 한국과장 일행이 방대한 북핵 자료 박스를 가지고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돌아오는 모습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북핵문제 진전을 과시하고자 하는 일종의 ‘쇼’인 셈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북한이 5월8일 평양에서 성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에 약 1만8천 쪽의 핵 프로그램 관련 문서들을 넘겨주었다”고 밝혔다. 이들 자료는 5MW 원자로와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한 영변 핵시설의 연료재처리공장 가동 기록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 기록에는 원자로 가동과 북한이 실시한 세 차례의 재처리 작업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이 자료의 성실성 여부를 얼마만큼 확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우리 당국자는 “북한이 십수년간 핵 활동을 하면서 절대 내놓지 않았던 문서를 이번에 미국에 넘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당초 작년 연말까지로 된 핵 신고 문제를 4개월이나 넘겨 끌면서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그동안 북핵문제 협상이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나 이제 그 해결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폐기할 의사가 진정으로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은 물론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북한의 이같은 핵 폐기 진정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곳곳에서 암초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제출한 자료를 속성으로 검토해 1차적으로 검증 가능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그 결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이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며, 6자회담에서 식량을 포함한 ‘대북 지원 패키지’가 발표될 가능성도 많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최근 비공개 의회 보고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과 대화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핵 확산을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재미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확산, 곧 핵 기술 밀매는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또 북한 핵은 김정일 정권의 마지막 방패이기도 하다. 김정일 정권은 핵을 안고 무너질지언정 어떤 지원을 해줄지라도 핵 만큼은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비핵화’를 가로막고 있는 본질임을 알고 그에 상응하는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