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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여행하는 도서관장

이창식<주필>

환경에 관한 책을 자전거에 싣고 전국을 누비며 주민에게 책을 나눠주는 환경운동가가 있다면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십중팔구는 정신이 어떻게 된 사람이 아니냐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다. 스스로 ‘여행하는 도서관장’이라고 자처하는 주인공은 일본인 도이가즈히로(土居一洋)씨다. 그는 도쿠시마(德島) 출신으로 청년 시절 반도체공장에 다니는 샐러리맨이었다. 3년 전 어느날 서점에서 ‘백년의 우행(愚行)’이란 책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급전했다. 책의 내용은 인간의 어리석움 때문에 무너져 가는 지구의 참상을 고발한 것이었다. 그는 이 책을 사서 인근의 도서관에 장서로 써달라며 기증하기 시작했는데 그보다는 자신이 직접 주민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에 책을 싣고 여행길에 올랐다. 말이 대본(貸本)이지 그냥 주는 무료 배본(配本)이었다. 다만 책의 앞면 간지에다 한 그루의 나무에 잎새 하나를 그린 뒤 “책을 다 읽으셨으면 당신도 한 잎 잎새를 그리시고 다음 사람에게 전해주세요”라는 글귀를 썼다. 이렇게 하기를 1년이 다되었을 때 자동차와의 충돌사고로 자전거가 박살 나고 말았다. 그는 그만 둘지 계속할지 망설이다가 중도 하차는 사나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 돼 일본 최북단 훗카이도(北海道)로 갔다. 현지의 민예 가구점 주인의 도움을 받아 물레방아 모양의 책장을 만들었다. 옷차람도 일본식 기모노에 나막신(게다)을 신었다. 2007년 1월 센다이(仙台)를 출발한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칸사이(關西:오사카) 지방에 와 있다. 1차 목표는 최남단 오끼나와다. 그동안 나누어 준 책은 1천권이 넘는다. 그는 말한다. “나는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고 언제나 혼자라서 쓸슬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공감하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혼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간지에 한 잎 두 잎 그런 잎새가 무성한 나무로 자랐을 때 책은 걸레가 되겠지만 그 책과 재회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도이가즈히로씨를 만난적이 없다. 5월 21일자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 문화면에서 읽은 것을 옮긴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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