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중단해 줄 것을 미국에 요청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실상의 재협상에 나선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는 별도로 민심 수습을 위해서 후유증을 각오하고서라도 고육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현재 사태 파악과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상의 재협상을 선뜻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설령 미국이 출범 100일 만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현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미국 측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은 곧바로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 의회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도 거세질 것이다. 한미 FTA 비준을 촉진시키려던 쇠고기 협상이 오히려 일을 꼬이게 만들어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 됐다.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미국은 앞으로 한미 간의 다른 협상에서 ‘한국이 약속을 어긴 전례’를 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재협상 요구를 하는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만약 미국 측이 재협상을 거부하고 우리가 한미 쇠고기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한미 간의 본격적인 무역분쟁’이라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만도 미국과의 교역에서 85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우리로서는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3일 “미국 정부로서는 재협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기로 한 동맹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체 수출량의 5%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지키려다 나머지 95%도 잃을 수 있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