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칼국수, 자장면, 냉면 값이 올랐다. 쌀로 짓는 밥값이 안오른 것만 다행이다 싶다. 그러나 자만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쌀이 귀해지면서 밥값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은 누가 먹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임금이 잡수시면 수라, 양반이나 어르신이 드시면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으면 입시, 조상신에 바치면 메라고 한다. 또 밥은 어떻게 지었는 가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질적하면 진밥, 되직하면 된밥, 설익으면 선밥, 타버리면 탄밥, 윗쪽은 익고 중간쪽은 덜익고 아래쪽이 타면 삼층밥이지만 일부러 한쪽은 질게 한쪽은 되게 지은 밥은 언덕밥이라고 한다. 밥은 먹는 장소와 조건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앉아 먹지 못하고 들낙거리며 먹는 밥을 드난밥, 논밭으로 일하러 갈 때 들고가 먹는 밥은 기승밥, 새참은 다른 말로 사잇밥, 밤밥은 야식을 말한다. 옥에 갇혀 있는 녀석이 철장 구멍으로 얻어 먹는 밥은 구메밥, 미친듯이 퍼먹는 밥을 소나기밥이라고 한다. 밥은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또 한 번 이름이 바뀐다. 큼직한 사발에 수북이 담으면 감투밥, 밑에 보리나 강냉이 밥을 담고 그 위에 쌀밥을 얹으면 고깔밥, 아예 그릇 안에 작은 접시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쌀밥을 담아 그럴사하게 보이는 밥을 뚜껑밥이라고 했다. 일제 때는 식량이 모자라 산나물을 섞은 나물밥과 김치를 넣은 김치밥으로 배를 채웠는데 그것 조차 어려운 집에서는 멀건 죽을 쒀서 먹기도 했다. 6.25 한국전쟁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피난길에 한 두끼 굶기는 예사였고, 배 고픔을 이기지 못해 주인 없는 빈집에 들어가 곡식을 가져다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그때는 남이 먹다 남긴 대긍밥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쌀밥을 없인 여기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쌀 귀한 줄 모르고 쌀밥 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으로 여기는 사고가 문제다. 배 골아 죽는 극빈국의 참상을 어렴풋이 남아 들었다면 쌀밥 천대는 멈춰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