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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한국 아줌마서, 이젠 베테랑 주부죠

이주여성 백일장 최우수 신포 구미꼬씨

이민자 100만 명, 그 중 한국으로 시집을 온 여성만 11만 명.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이주여성들은 가부장적 문화에 고통스런 적응기를 겪고 있는가 하면, 경제적 활동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해 궁핍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언어가 다르기에 하소연도 할 수 없어 고독과 슬픔의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 이들….

그 속에서도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그저 당차고 현명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일본인 신포 구미꼬(38·안성)씨.

그는 지난 5월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와 경기도 주최한 ‘제23회 경기여성 기예 경진대회’에서 ‘고향’이라는 제목의 수필로 ‘이주여성백일장’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의 어려움, 고향을 향한 그리움 등을 담담하게 글로 풀어낸 것.

많은 이주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신포 구미꼬 씨를 만나 ‘평범한 아줌마로 사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한국인 남편을 만나게 됐나?

-10년 전 종교활동을 통해 만났다.

일본에서 간호사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부모님의 결혼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오랜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았고, 한국에 와서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역사적 배경이나 음식, 문화 등으로 걱정이 많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로, 7살 난 아들의 엄마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언어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싶다.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남편들 사이에서 소통은 참 중요하다. 말이 잘 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오해가 생기고 불신이 쌓이기 마련이니까.

나도 처음에는 전화 받기도 두렵고 물건을 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컵라면’을 ‘콩라면’인 줄 알고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국말이 매우 능숙한데…

처음에는 혼자 공부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복지회관 한국어 강좌를 들었고, 지금은 한국어 보조강사 강좌를 듣고 있다. 공부 해야 한다.

사람들의 말에 관심을 갖고 자꾸 반복해서 써보고 사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극장’ 같은 프로를 보면 화면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이해할 수도 있고, 내레이션이 나오기 때문에 듣기를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여성과 일본 여성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여성’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이야기 하자면…한국 아줌마들은 교육열이 대단하다.

한국에서 주부로 살다보니 지금은 엄마들 치맛바람도 이해가 되고 학원을 왜 보내는지도 알 것 같다.

우리 아들도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특기를 키우는 부분에서는 학원을 보낼 생각이다.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이제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되지만 글을 쓰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일본말로 써도 어려우니까. 그래서 상을 주신다고 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내 이름이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백일장은 참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많은 여성들과 함께 해서 좋았고, 우리와 같은 이주여성 및 결혼이민자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무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뻤다.

또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한마디.

한국 아줌마로 살아가야 한다.

어렵지만 한국의 음식, 생활, 교육 등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평생 힘써야 할 것이다. 또 현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남편과의 생활도 쉽지 않겠지만, 이 선택은 모두 우리가 한 것이니까….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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