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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굴뚝

이창식 주필

도시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굴뚝이다. 공장 굴뚝을 빼고는 말이다. 장작이나 솔가지를 연료로하던 온돌이 도시가스를 쓰는 보일러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굴뚝을 연문(烟門)이라하고 아궁이를 취구(炊口), 불목구멍을 화후(火喉)라고 하였다. 즉 사람의 입과 목구멍에 음식물이 들어가듯이 불이 굴뚝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서유거가 지은 ‘임원경제십육지(林園經濟十六志)’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중고(中古) 이전에는 소장인(小壯人)은 청합(廳閤)에 거처하고 늙고 병든 사람들만 방에 거처하였다. 근세에 와서는 노소의 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방에 거처한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는 굴뚝이 달린 온돌은 노약자가 쓰고, 젊고 튼튼한 사람은 청마루를 썼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온돌을 사용하였으나 차차 상류층 차지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부유층이 쓰던 마루는 하류층 몫이 되었다. 보리고개 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잡곡이 부유층의 건강 식재료로 바뀐 것과 다르지 않다. 17세기 때 영국에서는 굴뚝의 수에 따라 가옥세(家屋稅)를 부과하였다. 굴뚝을 세어 보면 그 집의 경제 규모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굴뚝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높기는 과부집 굴뚝이다.”라는 것은 과부집에는 나무할 사람이 없어서 채 마르지 않은 생나무를 땔 수밖에 없으므로 연기가 잘 빠져 나가게 굴뚝을 높이 세운다는 뜻이다. “흰 개꼬리 삼년 굴뚝에 묻어둔다고 검은 개꼬리 되랴.” 따뜻한 굴뚝 구석에 앉아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일삼는 사람을 “굴뚝 구석 철인(哲人)”이라고 비웃었다. 둘다 별볼일 없다는 뜻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크고 작은 동네는 굴뚝 세상이었다. 도시는 도시대로, 산골은 산골대로 굴뚝은 향수요 추억이었다.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희뿌연 연기는 곧 생존의 표시였고,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런 굴뚝이 없어졌대서가 아니라 세상이 살벌해진 것만은 확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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