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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잘못에…” 恨서린 절규

지난 19일 폭우 때 급류 실종 예은양 나흘만에 주검으로

구름 다리만 놓였다면…예보가 정확했다면…

“믿기지가 않습니다.우리 예은이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적은 비에도 물이 넘치는 하상도로를 구름다리로 교체해 달라고 광주시에 그렇게도 애원을 했는데 외면하더니 결국 피어보지도 못한 예은이가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습니까. 구름다리가 놓일 때까지 매일 현장에 나가 앉아 있을 겁니다”.

지난 19일 예고도 없이 쏟아진 폭우로 급류에 휩쓸려 익사한 박예은(10·오포초4) 양을 잃은 어머니 최현숙(42·오포읍 고산리437)씨는 2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예은이를 잃었다며 통곡했다. ▶관련기사 9면


10년전 큰딸 유해 뿌린 광동교서 사체 발견 ‘비극적 우연’
“하상도로 다리 설치 민원 무시 엉터리 예보가 禍 불렀다”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일요일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엉터리 기상예보를 한 기상청과 구름다리를 설치해주지 않은 광주시가 우리 아이를 죽게 만든 것 아닙니까”.

예은양의 어머니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관계당국을 원망했다.

이번 사고 역시 기상청의 오보와 민원을 무시한 행정관청의 늑장 대응이 불러온 인재였다. 정확한 일기예보로 위험을 미리 알렸다면, 그리고 수해를 막기 위한 구름다리를 설치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사고였다고 예은양의 가족과 급우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은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하상도로는 30mm정도의 비가 내리면 물에 잠기고 물살이 빨라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며 광주지역에는 지난 19일 오후 5시 호우경보가 발령돼 이날 하루동안에만 강수량 121mm의 기습폭우가 내렸다. 예은양에게는 생전에 보지 못한 언니가 한 명 더 있었다.

예은이가 태어나기도 전인 10년전, 예은 양의 어머니는 큰딸 지은(당시 10세)양을 병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특히 예은이는 산모 건강이 나빠 위험하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였기에 예은이에 대한 부모와 언니 경은(15)이의 사랑은 더욱 깊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예은이가 발견된 퇴촌면 광동교 300여m 하류지점은 10년전 큰 딸 지은이를 화장해 유골을 뿌린 곳이기도 하다. 언니 경은양은 “동생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이후 며칠간 예은이가 다리 근처에 있는 것 같다는 꿈을 꿨어요”라며 울먹였다. 아버지 박종호(44)씨는 실종된 19일부터 익사체를 찾은 23일 오전 까지 닷새동안 미친 사람처럼 예은이를 찾아 헤맸다.

발이 부르트도록 매일 아침부터 해가 질때까지 예은양을 찾아 갈대숲과 하천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느라 지칠대로 지친 박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특전동기회, 해병전우회 등으로 구성된 광주시 자율방재단원 200여명과 함께 예은양을 밤샘 수색하며 도운 이정재 단장은 “어른들이 어른 노릇을 못해 박씨 가족에게 비극을 안겨 줬다”며 가슴아파했다.

오포읍 양벌리 신성교회를 예은양과 같이 다녔다는 고아라(13·경안중1)양은 “예은이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선생님과 언니, 친구들을 대하는 착하고 명랑한 아이였으며 친구를 먼저 배려하는 동생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예은 양은 24일 12시 성남영생사업소에서 화장을 해 먼저 간 언니 지은이의 유골이 뿌려진 광동교 하류지점에 뿌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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