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지금까지 감사원이나 검찰이 캐낸 공기업의 비리를 보면 실로 기가 막힐 지경이다.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에 34개 공기업의 임직원 비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를 것 같으면 공기업은 한 마디로 정부 부처의 ‘밥’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에 드러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증권예탁결제원의 경우 모 본부장이 감독관청인 옛 재정경제부의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건네 직원들의 회식비와 직원 개인의 술값을 도맡아 결제하도록 했다. 지난 3년간 이렇게 부담한 재경부 직원들의 술값은 3천700만원에 이르렀다. 증권예탁원은 주식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떼는 수입으로 5년간 앉아서 3천384억 원을 벌어 공기업 최고 연봉을 나눠 가졌고, 이 돈으로 평소 술 마시고 골프 치며 법인카드를 긁어댔다. 각종 구실로 직원들에게 수십억 원어치의 선물도 안겼다.
현재 24개 정부 부처가 공기업 직원 360명을 파견 받아 인건비 부담 없이 부리고 있다. 퇴직하는 감독관청 공무원들은 으레 산하 공기업에 둥지를 튼다. 공기업들은 경쟁 없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빚을 내서라도 큰 사업을 벌이는 게 예사고, 이런 공기업 앞에는 발주사업을 따내려는 업체들이 줄을 선다. 공기업과 하청업체 간의 유착은 당연히 공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를 메워주는 것은 국민 세금이다.
정부-공기업-하청업체의 유착관계는 이보다 훨씬 깊고 은밀할 터이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3자간 조직비리는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공기업이 적자가 나면 혈세로 메워 흥청망청 사업을 벌이게 하는 정부가 정작 조직비리의 당사자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8·15 광복절에 즈음해 공기업 개혁 스케줄 등을 밝힐 예정이라고 하지만, 당초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외치다가 촛불시위에 눌려 이름도 ‘공기업 선진화’로 바꾸고 시행도 각 부처에 맡겨버렸었다. 이런 분위기를 틈 타 공기업 노조들은 ‘민영화 반대’에서 ‘구조조정 저지 및 자율경영 쟁취’로 구호를 바꾼 상태다. 말이 좋아 ‘자율경영’이지 ‘내 멋대로 하게 놔두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공기업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천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공기업 노조의 반발을 뛰어넘고 야당의 협조도 끌어낼 수 있는 정교한 프로그램이 뒤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