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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 김택기 조형 예술가

작품 만들때의 재료·테크닉 보단 의미 담아내기 중요 강조
형태적 과장법 통한 에너지 등에 의한 새로운 의미 재탄생
유학중 터득한 ‘다마스 기법’ 작업… 인간에 대한 연구 준비

 

 

그리 독특하거나 강한 향을 풍기지는 않으나, 마주할 때마다 잊을 수 없는 감상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

조각을 하는 김택기 작가가 그렇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단어들은 꿀처럼 달다. 우리들이 강하게 열망하는 것들을 대신 채워주기라도 하듯 거침 없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라든가 어떤 희열, 대리만족 등의 감정은 산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내려온 후의 상쾌한 기분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흐트러진 듯 하나 중심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때문이 아닐까. 진정성, 새로움, 익숙함을 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작품에 오롯이 담겨있다. 마치 꼭 예술가로 살아야만 하는 생의 의무를 타고난 사람 처럼 단단한….

어쩌면 사람들이 오래된 명작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찾아나서는 것이 이런 느낌 때문 일지도 모른다. 뜨거운 여름의 오후에 연잎 가득한 수원 만석공원에서 김택기 작가를 만나 마음에 휴식이 될만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택기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의 재료, 테크닉, 소재나 주제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혹은 무엇을 만들었는가 보다는 작가의 생각을 충실히 담아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자는 그때 마침 청동으로 만든 그의 작품 ‘푸들, 프렌치 불독, 닥스훈트’에 대해 말하면서 왜 하필 청동이었나, 작품의 소재를 어떻게 수집하는 가를 묻고 있었기에 난처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우문현답이 오고간 그 안에서, 그는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 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신중함을 전하려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시켰다.

재료가 주는 매력이,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전하는 메시지는 곧 작가의 관심, 에너지, 노동 등에 의해 새로운 물성을 지니게 되며 다른 의미로 탄생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일테다.

그는 이어 청동으로 만든 강아지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청동으로 만든 강아지 작품들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테마는 ‘집중에너지’에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강아지들의 특징이 형태적으로 강하게 과장돼 있다. 닥스훈트의 허리는 실재보다 길고, 푸들은 사자만큼 부풀어 있다. 마냥 귀엽고 예쁜 모습의 강아지가 아닌 본성과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에게는 조각가가 되기로 하면서부터 혹은 훨씬 이전부터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예술세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관심’, ‘집중에너지’.

수줍은 소년의 손으로 시작해 어느덧 조각가라는 이름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김 작가가 수없이 많이 만들고 무너뜨린 작품들이 그 생각을 반증할 것이다.

김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조각의 입체적인 매력, 공간과 더불어 사람들의 눈에 담기는 그 자유로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를 조각가로 만든 이유, 까닭은 되나 모두 다 설명하기는 힘든 조각에의 열정이 그것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조각가들이 그렇다고 믿지만, 고된 노동에 대한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 성향에 잘 맞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도 한다. 작품을 대하는 익숙함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의 눈은 반짝거렸다.

이제 그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지 갓 1년을 넘었다. 6년 여간 한국을 떠나 조형예술을 전공한 그는 분명 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낯선 그곳에서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마스 기법’을 채득하고 돌아왔다.

그는 “고대 칼을 만드는 기법 중 하나였던 다마스는 화려한 물결무늬, 독특한 쓰임,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 메탈 성분은 탄소량이 많을 수록 단단해지나 깨지기 쉽고 탄소량이 적으면 물러진다고 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 강철 위에 연철을, 연철 위에 니켈을 놓고 한 덩어리가 되도록 힘을 가하면 마블링이 그려지고 강하나 유연한 내성이 갖춰지며 독특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 재료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업에는 고도의 테크닉, 헤아릴 수 없이 힘겨운 육체적 노동, 긴장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프랑스 교수의 권유로 우리나라 인간문화재에 준하는 스승을 만나 2년여 간 이 기술을 습득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한국으로 들어온 지금, 그는 또 다른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다.

김 작가는 “올 하반기부터 다마스 위한 도구들이 준비되는 대로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국내에 그 테크닉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 고 말했다. 기자는 문득 그렇게 어렵게 익힌 기술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 ‘속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아는 이가 적으면 그만큼 가치가 자동 상승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 인도, 일본 등지에서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일일 것이나 열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지 않은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 예술가들의 생활에 대해 말했다.

김 작가는 “프랑스 교육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연구를 하게 한다.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나’의 언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고 공부하게 한다”고 선진화된 교육 정책을 짚었다.

더불어 “프랑스의 아티스트 지원정책이 탄탄한 것도 한국의 작가들에게는 부러운 일이다. 작가들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본 생활을 보장하고, 세금을 줄여주며, 무상으로 주거지를 내어주기 때문에 얼마든지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깨달은 6년의 시간 끝에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다.

김 작가는 “큰 테마는 변치 않았으나 로봇에 인조털을 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작품을 통해 로봇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을 탐구하고 그 선을 이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늘 창작의 굴레에 갇혀있을 것만 같은 사람에게서 깊은 생각의 결과물들이 새옷을 입고 솟아나온다는 것은 여전히 놀라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단단해지는 그의 작품들, 소탈하면서도 자유로운 김택기 작가로부터 수많은 이들은 잊을 수 없는 느낌들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약 력
   
● 학력
1998년     부산 동아대학교 조각과 학사
2001년       동 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200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 학사
2005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원 석사
2006년       프랑스 소르본 빠리 I 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초기
              논문 졸업
                 現 프랑스 소르본 빠리 I 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논문 중 
● 수상
1998년     동아대학교총장 우수 표창장, 부산
19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서울 과천
199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서울 과천
1997년     매일 미술대전 대상, 대구
2000년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우수상, 대구
2000년     단원 미술제 우수상, 안산
● 전시
1997년     국제 환경미술제, 서울 예술의 전당
1998년     올포멧 4인전, 부산 석당 갤러리
2002년     오토포트레 크로와즈(AUTOPORTRAITS CROISES),
                서울·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3년     한국의 이미지전, 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4년     한국인 아트 페스티벌(ART  FESTIVAL  COREENNE),
               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5년     페스티벌 다마스전(FESTIVAL DAMAS),
            프랑스 센드알자스
2006년     프랑스 청년작가 전시회, 프랑스 파리
2008년     경기미술 초대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2008년     디지털과 현대조각의 만남전, 서울 디지털센터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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