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체불근 오곡불분(四體不勤 五穀不分)이란 말이 있다.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다섯가지 곡식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란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가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고 관철시키기 위해 수제자인 안회(顔回)와 자로(子路) 등 여러 제자들을 대동하고 14년간 각국을 돌아다녔는데, 어느날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로가 일행과 떨어져 앞서간 공자 일행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방향을 잃고 거리를 방황한 적이 있었다.
자로는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에게 “조금전 우리 선생님 일행이 이곳을 지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하고 묻게 되는데, 한참을 생각하던 노인은 요란한 행렬이 조금전 이곳을 지나가긴 했지만 당신이 말하는 선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자로는 틀림없이 자신이 찾는 공자의 행차임을 알고 노인에게 말하기를 “그 분은 천하가 알아주는 공자 선생인데 어찌하여 그런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느냐”하면서 무식한 촌노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게 된다.
그러자 무식한 줄만 알았던 그 노인이 ‘사체불근 오곡불분’이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하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기의 일을 계속하더라는 것이다.
자로는 뜻밖의 말을 하는 그 노인에게 지금 말한 그 뜻을 아느냐고 물었는데 “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다섯가지 곡식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어찌 선생이라고 할수 있느냐?” 그런 사람을 선생으로 모시는 너야말로 한심한 놈이라고 호통을 치더라는 것이다.
자로는 보통 노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여 마침내 공자 일행과 합류를 하게 되었는데, 자로는 오면서 만났던 노인에 대하여 공자에게 소상히 보고를 하게 된다.
자로의 이야기를 들은 공자는 그 노인이 보통사람이 아님을 알고 수레를 돌려 자로가 말한 그 노인을 찾아 나섰지만 노인은 온데간데 없었다고 한다.
그 노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도 그 지역엔 없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사체불근 오곡불분’이란 말은 선비들을 조롱하는 말인데, 공자와 유가(儒家)에 대한 가장 뼈아픈 비판이자 핀잔이었다.
행함이 없고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학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교훈이다.
중국 춘추시대 유하혜(柳下惠)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자와도 친밀하게 교류를 나누는 현인군자였다.그런데 유하혜에게 도척이란 아우가 있었는데 그는 수천명의 도둑떼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였다.
어느날 공자가 유하혜의 아우가 천하를 어지럽히는 도둑의 우두머리라는 말을 듣고 그를 교화시키기 위해 찾아갔는데 첫인상을 보는 순간 사지가 떨리면서 혼비백산하여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허겁지겁 도망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그때 천하의 잔인무도한 도둑인 도척이 공자를 두고
“밭갈지 않으면서 밥 먹으며, 옷감을 짜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놀려 마음대로 옳으니 그르니 말다툼하며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케 한다”면서 공자를 비난하였다고 한다.
어쨋든 지식인이란 것들이 말만 앞세울 뿐 행동하지 않으면서 남을 판단하기를 좋아하니 그들이 더 큰 도둑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교묘한 술책으로 백성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것은 더 큰 도둑이고, 오직 자신만의 잇속만을 위하여 나라가, 공동체가 어떻게 되던 말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도 더 큰 도둑이고, 뒤로 호박씨를 까면서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도 더 큰 도둑이다. 꼭 남의 집 담을 넘는 놈만 도둑놈인가?
박남숙<용인시의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