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남사당풍물단이 이탈리아 꼬리 시를 떠나기 전날(8월 6일) 펼쳤던 공연은 길놀이였다.
공연은 바우덕이축제에서와 같이 넓은 도로를 행진한 길놀이가 아니다. 산동네 골목 골목을 누비는 공연 방식이었다.
꼬리 시의 산비탈 동네는 6백여년 전 도시지역에 흑사병이 퍼지기 시작하자 이를 피해 산으로 집들을 옮김으로써 생겨났다고 한다.
몇 십년전 우리나라에서 달동네라고 부르던 동네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나무판자대신 석축과 벽돌에 의해 지어져있어 수 백 년을 견디며 조금씩 고쳐오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길놀이는 산동네 맨 윗등성이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시작됐다.
이태리, 한국, 타이티, 필리핀, 사이프러스, 러시아, 베네즈웰라, 아르헨티나 등 각 나라 공연단들은 2-3분씩 짧은 공연을 마치고, 르네상스 시대 의상을 입은 이태리 진행요원들의 인도로 출발하였다. 행렬은 곧바로 2열종대로 움직이기도 힘이 들 정도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골목 위 베란다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내려다보며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눈치 없는 강아지는 악기소리만큼이나 크게 짓으며 발뒤꿈치를 물듯이 따라오기도 했다.
내리막길의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고 작은 마당이 나타나면 그곳에서 또 한번씩 짧은 공연을 했다.
어느새 앞뒤의 다른 나라 공연단들은 어느 골목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또 다른 골목으로 인도된다.
조금 지쳤다 싶은 무렵부터 공연을 하고 나면 동네사람들이 음식을 내어놓았다. 어떤 데서는 과자와 콜라가 나왔고, 또 다른 곳에서는 수박과 메론이 잘라져 나왔고, 파스타를 차려놓고 한국에도 이런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풍문단원들은 국수 생김새가 칼국수 같아 “칼국수”라고 했더니 풍물단 단원들이 자기 아들이나 된 듯이 “칼국수”하며 한 접시 퍼서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