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가홍상(同價紅裳)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같은 값이면 붉은치마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같은 값이면 과붓집 머슴살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왕이면 머슴살이를 할 바에는 과붓집에서 하는 것이 얻는게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말 많은 건 홀아비집 종놈, 서러운 건 과붓집 종년’이란 말이 있는데 처지가 비슷한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에게 아픔을 주는 관계보다는 기왕이면 가장 좋은 쪽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다. 같은 값이면 품질이 좋고 색상이 마음에 드는 떡을 고른다는 뜻이다.
‘같은 값이면 금가락지 낀 손에 맞으라’는 말도 있는데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을 경우라도 기왕이면 덕이 있고 이름있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무시당해 본 사람들은 이 말 뜻을 십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기왕에 무시당할 바에는 괜찮은 사람에게 당하는게 충격이 덜하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좋은 것을 갖고 싶어하고, 좋은 것을 먹고 싶어하고,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고, 좋은 말을 듣고 싶어하고, 좋은 이름을 남기고 싶어한다.
기왕이면 인격적이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충성하고 싶어하는 것을 누가 탓할 것인가?
조선시대 말기 박상길이라는 백정이 있었다.
어느날 양반 두 사람이 쇠고기를 사러 왔는데 젊은 양반 하나가 나이 많은 박상길에게 ‘얘 상길아, 고기 한근만 다오’라고 말하자 박상길은 ‘그러지요’하면서 정확하게 한근을 저울에 달아 주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양반도 고기를 주문하는데 ‘박서방, 여기 고기 한근 주시게’하자 박상길은 ‘예, 고맙습니다’하며 고기를 잘라 주는데 가만히 보니 고기의 부피가 각각 다르게 보였다.
그러자 먼저 고기를 달라던 젊은 양반이 말하기를 “이놈아, 같은 한근인데 어째서 내 것은 적고 저 사람 것은 많으냐?”하니 박상길이 말하기를 “그야,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이 어른 고기는 박서방이 잘랐으니까 당연히 다르지요”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내 자신이 인정받으려면 상대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참새가 죽어도 짹하고 죽는다 하지 않던가? 그래서 아무리 못난 사람도, 또 아무리 수양이 잘 된 사람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무시를 당하면 언젠가는 튀게 되어 있다.
내가 존귀하면 남도 존귀하다.
같은 말이라도 말 한마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말이라도 취사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어휘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상대방을 조금만 배려해도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가장 기본적인 ‘아, 어’하나 구별 못하면서 무엇이 잘났다고 야단법석인가?
우리 주변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자기를 좀 알아 달라고 아등바등 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신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 특별한 존재이며 그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며 독불장군처럼 처신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참으로 서글픈 모습이다. 상길이를 백정 취급하며 무시하면 상길이 대우를 받을 것이고, 박서방으로 인정하면 박서방의 대우를 받을 것이다. 내가 대우 받으려면 남을 먼저 대우 할 줄 알아야 한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 난다.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