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원을 방문한 모리요시로(森喜郞) 전 일본 총리는 필자와 가진 단독회견 때 수원 거리를 본 인상이 어떻냐는 질문에 “거리는 매우 깨끗해서 좋았다. 하지만 난립(亂立)한 간판은 보기 좋지 않았다.”며 거침없는 일침을 가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일본에서는 간판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이었다. 17선의 중의원, 총리대신을 지낸 모리의 인상담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특히 수원의 무질서한 간판 홍수는 혹독한 세평(世評)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간판은 상업상 필요한 매체다. 문제는 도시 미관과 건축미를 무시한 크기와 디자인의 변태가 도시 전체를 흉물로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는 도시 디자인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도 예외가 아니다. 때마침 수원시의회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수원의 심볼인 화성(華城)을 축성한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閑中錄)’의 글씨를 모델로 하여 우선 4대문 안의 간판 글씨를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환갑의 해(1795년)에 육십평생 동안 겪은 한 많은 이야기를 사소설체(私小說體)로 쓴 회고록으로 문장이 섬세하고 아담한 궁중체(宮中體)로 쓰여져 있는데 이는 ‘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과 아울러 궁중 문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10세 때 세자빈이 되어 구중 궁궐에서 참담한 세월을 보내면서도 성군 정조를 키운 혜경궁 홍씨야말로 백난을 딛고 꿈을 실현한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상이다.
각계 각층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뒤에야 결정될 문제이지만 정조와 화성으로 대표되는 수원이 혜경궁 홍씨의 글씨를 본으로 삼아 간판 글씨를 바꾼다면 이는 수원 만의 특성을 살리고 더 나아가서는 도시 디자인의 차별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이 아이디어는 홍기헌 시의회 의장이 생각해 냈고, 시의회에서는 이미 조례로 발의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무심코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라고 한 로크의 말이 아니더라도 생각없이는 발전도 변화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