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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가을 시화전

이창식 주필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바보가 되고, 사랑을 시로 하소연하기 때문에 또 바보가 된다.” J.던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시인은 시로 하소연한 탓에 더 큰 바보가 된 셈이다. 하지만 바보 소리를 들을지언정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시인이다.

가을 탓인지 시상(詩想)에 빠져 들 때가 있다. 때마침 경기시인협회가 ‘가을시화전’을 열고 있다기에 찾아 갔는데 시화전 장소가 ‘시상(詩想)’이었다. 전통 찻집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옹졸한 공간은 판넬로 만든 시화(詩畵)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출품작 가운데는 새내기 시인것도 있었지만 문학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중견 시인의 작품도 있었다. 문간에 들어서면서 첫 눈에 띤 것이 김애자 시인의 작품이었다. 우선 큼직한 글씨가 눈길을 끌었으나 제목이 없었다. “좋은 걸 어떻게 / 그냥 좋은 걸.” 이것이 전부였다. 바야흐로 세상은 장후중대(長厚重大)에서 단박경소(短薄輕小)로 바뀐지 오래다. 긴것은 짧게, 두꺼운 것은 얇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큰것은 작게 개조하는 것이 추세인데 어느새 시세계까지 그 영향을 받았는가 싶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이로운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휘 돌아보고 나오다 눈에 띤 시가 강무강 시인의 ‘무강(霧江)’이었다. “나에게 오는 길이 그렇게도 멀었나요 / 꽃피고 질 때마다 아름다움 어지러워 / 그 가슴 열고 닫느라 하 세월이 길었나요 /(중략) 물굽이 칠 때마다 긁히고 덧난 자국 꽃처럼 선명하게 자리잡은 생채기들 오늘은 있는 그대로 내가 너를 안으리라.” 기다림에 지친 여인의 애절한 호소가 묻어나는 듯한 시구에서 가벼운 충격을 느낄 정도였다. 이밖에 주옥 같은 시화가 즐비했지만 일일히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경기시인협회는 임병호 시인이 이끌고 있다. 회원만도 200명이나 된다. 1년에 한두 번 ‘한국시학’이란 시집도 내고 있다.

에머슨은 시인은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교육과 실습으로 된 시인은 우리가 존경하고, 타고난 시인은 우리가 사랑한다.” 하지만 필자는 둘 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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