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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필리핀 낙마보며 씁쓸
품위·수준 국민이 만들어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가로수 사이사이에 이런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필리핀 신부 다수(多數) 보유(保有)”-이런 문구인데 할인매장(아울렛)의 “신상입하(新商入荷)”-이런 묘한 느낌이 든다.

농촌 총각들 사이에 몇 년 전에는 조선족, 그 다음엔 베트남 처녀, 요즘은 필리핀 신부가 최고의 인기라고 한다.어쨌든 다수보유...이 말은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거슬리지만 우리나라 보다 훨씬 여유로웠던 이 나라가 왜 이처럼 낙마(落馬)했을까?

필리핀하면 우선 떠오르는 세 사람이 있다. 막사이사이, 마르코스, 이멜다.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전쟁중에는 게릴라를 이끌고 활약하다 대통령에 당선 됐는데 태평양의 아이젠하워로 불리웠다.

비행기 사고로 순국했는데 자유를 위한 공적으로 모국 필리핀도 아닌 미국 록펠러재단이 막사이사이상을 제정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독립 운동가이며 그 무서운 시절에 박대통령과 당당히 맞싸운 정치가 장준하,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가나안농군학교 창시자 김용기 선생, 최초 여류법률가 이태영 박사, 그리고 시민운동가 제정구 선생 등이 이 상을 받았다.

막사이사이상의 권위는 지금도 대단하다. 과연 지하에서 막사이사이는 ‘필리핀 처녀 다수보유’-이런 현수막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런지...참으로 안타깝고 분해서 벌떡 일어나고 싶을 것이다.

다음 마르코스는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태평양전쟁때 일본군 포로가 됐으나 탈출해 게릴라 지도자가 되었다.

독립후 대통령에 당선,이 때만 해도 국민들의 열망이 대단하여 필리핀을 구제할 메시아처럼 떠 받들었다.

그후 21년간 장기집권, 국민의 지탄과 여론에 밀려 하와이로 탈출해 거기서 숨졌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 사람은 현수막을 보고 “모두 내 탓이오” 이렇게 반성이나 할까?

한때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 마닐라 공항에 가면 구두 닦는 이와 택시기사들이 쉬는 시간에 까뮤의 페스트를 읽는다.

그것도 프랑스어로 쓰여진 원본을! 사실 페스트란 책 얼마나 어렵고 재미없는지 잘 아시리라그렇데 어떻게?포퓰리즘이 문제였다.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입후보,당선에 골몰한 나머지 가장 표를 많이 얻는 방법이 무엇인가 작전을 세웠는데 아시다시피 필리핀은 7천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사는 원주민도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바라는 것이 의료혜택이었다.

동서고금 의사는 사회적인 대우와 경제적인 혜택을 많이 받는 직업이다. 따라서 마르코스는 의과대학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한다.

결국 경쟁력이 없어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성적 하위자도 의과대학에 입학 할 수 있고 졸업도 수월하게 했다. 그대신 섬에 가서 일정기간을 근무해야 대도시에서 개업할 수 있도록 했는데 어느 누가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에서 근무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의사란 직업에 눈이 먼 청년들은 덜컥 졸업을 한 후 옹기종기 붙어 있는 섬으로 제각기 근무를 하러 갔는데 지독한 황토병, 의료시설, 그리고 보장되지 않은 장래(물론 기혼자들은, 마누라 등쌀도 심했을 거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보따리를 싸서 다시 마닐라로 돌아왔다.

그 사람들은 땀 흘리는 업종은 물론 피했을 것이고, 외국어 실력이 통용될 수 없는 공항 그리고 공항 주변의 택시기사로 취직하다보니 필리핀 최고의 지식인들이 구두나 닦고,택시를 몰게 됐다는 이야기다.

결코 구두를 닦고 택시를 모는 직업의 귀천은 있을 수 없지만 많이 배운 사람, 소위 고급인력이 이 처럼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종사하도록유도한 국가정책!

얼마나 많은 낭비인가? 결국 자명해진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포퓰리즘과 손을 잡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보아서 엄청난 해악이다.

다음은 이멜다. 마르코스의 부인으로 가진 것 이라곤 외모.

어려울 때 죽도록 고생하고 컷다던데 그 탓인지 매우 탐욕스러웠다.

미인대회에 당선되었다. 구두 9천켤레. 9천켤레라고 하면 매일 새 신을 싣는데 대략 25년이 걸린다.

하기야 안 뜯어 본 구두가 3천 켤레(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종류의 소문 일수록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맞아 떨어진다.)

어쩌면 윗대 조상들 가운데 구두에 한이 맺혀 환장한 분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건 몰라도 구두는 원없이 신어라!!! 이런 유언을 남긴지도 모르고...웃어 넘기자고 한소리 했다.

남편은 대통령, 본인은 수도 마닐라 시장, 아들은 대통령 특별 보좌관. 참으로 가관이다. 그러나 필리핀을 망친 여자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귀국해 상원의원을 지냈다고 한다.

삼류국가는 있을 수 있어도 삼류국민은 있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뭐라고 해석될 수 있을까? 품위와 수준은 국민들 스스로가 만든다.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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