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은 마음의 병이다. 일명 울화병이라고도 하는 이 화병은 禍病, 火病 등으로 표현되며 한국인, 특히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이병명이다. 살다보면 화나는 일이 참 많다.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화가 나는 일을 당하고 그것을 잘 풀지 못하였을 때 가슴에 응어리, 즉 한으로 남아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겪게 하는 병이 되곤 한다. 서양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히스테리 혹은 노이로제, 우울증에 해당한다. 오늘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증상들을 화병에 포함하는 이유가 되겠다. 결국 여러 인간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 자기 목소리를 내서 가슴에 응어리져서 열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답답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감정의 표현이 다양한데 한국사회의 구조상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서 가슴 속에 모든 것을 묻고 살아야했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가슴앓이였던 이 화병이 근래까지도 스트레스가 많은 중년 이후의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여성뿐 아니라 직장 남성, 더 나아가 학업에 치이는 학생들까지 앓고 있어 그 누구도 이 화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추세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으면 된다. 허나 마음의 병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에 의하면 화병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04년 2830명, 2005년 3096명 2006년 3663명, 2007년 4823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일반 인구의 4.2%가 화병을 겪고 있다한다. 이미 지난 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보고 ‘정신과질환 통계분류(DSM)’에 ‘화병(Hwa-byung)’이라는 한국 병명 그대로 등록했다. 이른바 속에 천불이 난다는 홧병. 경기불황과 주가하락,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등 올 한해는 유난히도 화병을 키울 요인들의 연속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이러한 홧병을 소진할 수 있는 훈훈한 소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