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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삐뚤빼뚤’ 아들의 편지

훌 쩍 큰 아이 대견스러워
일상의 청량제 돼줘

 

어제아침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녀석이 삐뚤빼뚤 써내려간 편지 한 장을 주기에 읽어보고 콧날이 시큰했다.

학급의 반장인 자식은 얼마 전에 5일 동안 반장들만 가는 글로벌리더십 캠프를 다녀왔다. 아마도 과정 중에 효(孝)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외국에 가면 모두가 애국자요, 군에 입대하면 모두 효자가 된다고 한다. 나도 다 겪어 온 이야기지만 아들의 편지에서 새삼 시사하는 바가 있기에 일상과는 또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 나와는 별로 대화가 없었던 아들이지만 마음속에는 세세한 부분까지 각인시켜 놓고 있었다는 데서 한 편으론 미안하기도 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면 대견스럽기도 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가끔 엄마아빠의 싸움에서 자기가 어렸을 때의 오해했던 부분이 철이 들어가는 지금에 와서는 아빠가 이해된다는 부분에 대하여 솔직하게 썼다.

또한 아버지와 대화가 없어 무조건 엄격한 아빠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앞으로 효도하고 올바른 청년이 되겠다는 다짐과 국어교사 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적으면서 끝맺고 있다.

언제가 한번은 짜증도 나고 힘이 들어서 주정 김에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적이 있었나본데, 아내와 여식은 다른 집으로 슬그머니 피했지만 아들은 남아서 아빠의 주정을 들어주었다는 것과 요즈음은 아빠가 술자리를 많이 줄여서 집안 분위기가 좋다는 등 가정의 걱정까지 내포하는 차기 가장으로서의 마음이 가상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사실 가정을 꾸리다 보면, 부부싸움자체를 하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아들의 편지에서 느끼듯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또한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할 듯하다. 가끔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선생님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뜻을 여기에 적어둔다.

우리가 어린 시절엔,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셨지만, 아버님이 참으로 무서워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평소엔 말 한마디 없으시다가 약주만 취하시면 왜 아빠를 무서워 하냐고 을러대시면 더 무서웠다. 고교시절까지 아버님께 용돈 달라 소리를 해보지 못했다.

항상 어머니께 부탁드리면, 어머니는 아버님께 받아서 주시곤 하셨다. 아버님은 그런 것도 불만이셨다. 그러나 아버님께 말씀이라도 드리려면 오금이 저리는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범접하지 못할 엄격이 상존했었던 듯싶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5남매나 되는 자식들 중 조금이라도 한 자식에게 잘해주는 듯한 행동을 하기에는 부자유스러워 모두에게 엄하게 대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요즈음이야 한 두 명의 자식밖에 없음이 보통이라 자식들에게 정을 주기에도 쉽지만 예전 부모님들은 먹고사는 것이 급선무라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자식 애정관을 가지셨으리라.

끝부분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표현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답장을 쓴다면, 사실 아들 출생신고 할 때 이름을 뭐라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항렬(行列)이 병(秉)자로 돼있기에 한 자만 추가하면 됐는데, 마침내는 여유롭게 세상을 살라고 방랑시인 김삿갓의 본명과 동음으로 작명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작가가 되겠단다. 이름자부터 풍류객에 맞게 해주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나, 밥벌이나 제대로 할런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식은 이래저래 애물단지라는 말이 맞는지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맞는지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컴퓨터 타자나 휴대전화의 문자전송 속도가 무척 빠른 아이인데, 제 딴에 고민하며 삐뚤빼뚤 힘들게 써내려간 편지에 대한 답장치고는 장황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복잡하던 머리에 청량제가 충분히 되었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답장을 보낸다.

아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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