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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혼란과 화려함이 극에 달했던 이스탄불 과거여행

기독교·이슬람이 정면 충돌했던 격전지

스네이크 스톤

제인스 굿윈 글|박종윤 옮김|비채

439쪽|1만3천원.

르페브르가 얘기를 시작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내게 이 도시는 여자와 같습니다. 아침의 이스탄불은 비잔티움이죠. 선생도 알겠지만 비잔티움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스 마을에 불과하죠. 비잔스(비잔티움을 여성의 이름처럼 바꾼 것)는 젊고, 꾸밈없고, 아주 단순합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죠. 알렉산더가 왔다 갔습니다. 하지만 비잔스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의 손이 쟁반 위를 맴돌았다.

“그런데도 한 남자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듭니다. 그는 바로 예루살렘과 로마의 주인이죠.” 팔레브스키가 잔을 들이부었다. -본문 중에서-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제국, 눈부신 영광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이 드러난다.

비잔티온,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이스탄불.

지배자와 정복자에 따라 이름이 수도 없이 바뀌었으며,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져 융합과 화합을 거듭한 문화의 교차로이자 기독교와 이슬람이 정면으로 충돌한 그곳 이스탄불.

‘스네이크 스톤’은 전작의 기대를 뛰어넘어 더욱 심도 있게 이스탄불의 과거를 파고든다.

1453년 5월29일,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던 날 홀연 종적을 감춘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격전 중에 전사했으리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황제를 상징하는 보랏빛 반장화를 신고 참전한 그의 이후 행적은 오랜 세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스네이크 스톤’은 역사적 쟁점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스릴러처럼 빠르고 실감나는 상황 전개가 일품이다.

시종일관 팽팽하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의 힘과 문화에 관한 확신 그리고 거침없는 문장력은 19세기 오스만 제국의 문화와 역사를 속속들이 파악한 저자이기에 가능했다.

저자의 능수능란한 묘사에 취해 터키의 이국적 풍경을 한껏 즐기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중심부에 도달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

언뜻 스쳐지나간 말 한 마디, 무심하게 흘러간 사건 하나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어느 순간 이루어내는 풍성하고도 정교한 문양! 그 아찔함이야말로 태초부터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인간이 본능적으로 찾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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