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와 중앙정부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두고 반박과 재반박에 이은 또다른 반박이 이어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14일 “성남시가 사실을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 비판한데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15일 성남시청 구내식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빚 규모를 공개하고 상환대책을 밝힌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반박했다.▶관련기사 3면
이 시장은 이어 “판교개발사업의 주무 관청인 국토부는 판교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며 “4년간 판교특별회계에서 (5천200억원)막 빼다 쓴 걸 모르고 있었다면 존재 이유가 없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이자 공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자산이 부족한 게 아니고 지금 당장 유동성이 부족해 지급을 유예해달라고 한 것인데 마치 영영 안 주겠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지급유예와 채무불이행을 의도적으로 뒤섞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세를 높였다.
이 시장은 이어 “총리실에서 ‘종전에 했던 일을 뒤집은 사례’로 얘기했다는데 우리는 뒤집은 적이 없다. 행정의 일관성 얘기를 하려면 ‘세종시 문제’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부가 7월 중 정산을 끝내자고 했고 논쟁거리인 초과수익률을 일방적으로 정했다. 정산이 끝나는 순간 돈을 줘야 한다”며 “우리로서는 지급요구가 나오기 전에 그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빠른 정산을 하고 판교 주변 사업을 빨리하려고 하는 것은 분당-수서간 지하차도 건설 같은 정치적인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민간회계 감사 도입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회계를 민간에 맡길 수 있는지의 문제를 감사원에 질의했다고 그는 밝혔다.
시립병원 건립이나 1공단 공원화 같은 이 시장 공약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사업을 조정하는 마당에 지금 상태로는 두 사업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우리가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게 아닌데도 자꾸 돈을 안주겠다는 쪽으로 호도되고 있다. 국토부가 저희를 길들이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모라토리엄이라는 용어가 과하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국토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천200억원을 LH 등에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고 이에 국토부가 “사실을 부풀려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고 성남시를 비판하는 등 양 기관이 마찰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