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딸아이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예요”
9살난 딸을 둔 이모(36·안양시)주부.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어 집에 있을 아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이웃에 사는 친척이 아이를 돌봐주고는 있지만 최근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흉흉한 소식에 불안은 더욱 커져간다.
더욱이 몇 주전 딸이 방학을 하면서 더욱 걱정이 커졌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하교 후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으로 대충 시간이 맞았지만 방학 후에는 집에 있을 시간이 더 많아진 것.
이에 친척에게 집에서 시간을 더 보내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김 씨는 “맞벌이 하는 자체가 딸아이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서 어린 초등생이나 유아를 상대로 한 성폭행·추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어린 초등생과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의 원스톱지원센터 18곳에서 성폭력 피해자 1만129명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유아 피해자의 54.7%가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우는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자택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학원에는 아이들을 더 보호해달라거나 학원이 끝난 후 집 앞에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하는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수원에 한 속셈학원 관계자는 “방학에 접어든 이후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더 데리고 있어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맞벌이 부부들에게 아이들 방학은 아무래도 불안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 영어학원 관계자 역시 “주택가에 사는 부모들이 자녀들이 혼자 다니는 것을 우려해 안전 차원에서 통학버스로 꼭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