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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순신의 명량대첩은 21세기 현재 진행형

 

새해 연휴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특별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의 전적과 불굴(不屈)의 투지로 승리한 명량대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명량대첩은 과거의 영광으로 박제된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세계의 거대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전략 모델이다. 역사는 지나간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명량대첩은 그 역사적 선택의 정수(精髓)가 아닐 수 없다.

 

1597년 8월 27일과 28일 칠천량 패전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은 소멸되었다. 거북선 3척과 180여 척의 판옥선과 조선 수군 1만 여명 이상이 전멸되었다. 남은 전함은 고작 13척 뿐이었다. 명량해전에서 맞서야 할 일본 수군은 133척의 대함대였다. 전투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단순한 전함의 수적 비교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는 전장(戰場)의 조건을 다시 정의했다. 울돌목(鳴梁)의 좁은 물길,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거센 조류, 판옥선의 구조적 안정성과 화포(火砲) 운용의 장점, 그리고 패배 속에서도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정신으로 무장시켜, 완전히 꺼지지 않은 병사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계산했다. 명량해전에서의 승리는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명량대첩은 단순한 군사적 승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다음 문장으로 압축된다.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환경을 읽고, 기술을 다듬고, 결단할 수 있다면 국가는 살아남는다.” 이 명제는 16세기 조선 수군의 전장에만 적용되는 교훈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21세기 오늘날에 있어서 더욱 절실한 국가 전략의 원리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한국은 또 다른 형태의 전장에 서 있다. 총성과 포연 대신 반도체, 방산, 조선, 배터리, 문화산업이 국가 경쟁의 최전선이 되었다. 세계는 기술과 공급망, 표준과 플랫폼을 둘러싼 각축의 시대에 들어섰다. 자원도, 시장도, 인구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우리는 여전히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반도체, K-방산, K-조선, K-배터리, K-문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모습은 명량대첩과 매우 닮아있다. 한국은 규모로 승부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을 읽고, 기술을 현장에 맞게 정교화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결단을 미루지 않는다. 판옥선이 화려함보다 실전에 강한 전함이었듯, 한국의 산업 경쟁력 역시 실제 시장과 현장에서 검증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마다 “물러설 수 없다”는 선택이 국가의 진로를 바꾸어 왔다.

 

세계의 강대국들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명량대첩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명량대첩의 저력은 오늘의 대한민국 국력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타고난 DNA가 아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이 반복적으로 단련해 온 선택의 능력이며, 환경을 직시하고 결단해 온 한국인의 역사적 정체성이다. 명량대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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