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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독일인의 친환경 절약정신 본받을 때

 

1960년대 우리나라의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은 가장 좋은 모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고, 동서독으로 분단된 서독이 불과 10여년 만에 일궈 낸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은 ‘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독일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특히 독일인의 절약정신은 우리나라 도덕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 때 들은 것 중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는 독일 사람들은 담뱃불을 붙이는 성냥 한 개피도 아끼기 위해 최소한 4~5명이 모여야만 담배도 피운다는 것이다. 또 독일 사람들은 요리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크고 딱딱한 빵을 싸가지고 다니며 식사 때가 되면 몇 조각 썰어 먹는 것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고, 밤에는 이 빵을 베개처럼 베고 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1980년대 초 내가 독일에 유학을 가게 돼 그동안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이 사실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재도구는 한번 사면 세대를 넘어 물려서 쓰는 일이 다반사다. 신혼집에 초대받아 가면 할머니, 어머니로 부터 물려받은 50년이 넘는 냄비나 100년이 된 식기세트와 식탁보 등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사람들이 어머니가 쓰던 오래된 물건들을 물려받고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이 새 것이나 손색없이 말짱하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의 아나바다 정신은 아기가 태어나면 친구나 친척들이 아기용품을 물려주는 풍습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둘째가 태어났을 때도 친구나 동네 사람들이 아기 옷과 장난감, 침대 등을 가져다줬다. 대부분의 것들이 10년이 넘은 물건인데도 어디다 보관했다 가져온 것인지 거의 새것 같았다.

그리고 주면서 빼놓지 않는 말은 ‘쓰고 꼭 돌려달라’는 것이다. 나는 쓰다가 나빠져서 돌려주지 못하게 될까봐 잘 모셔뒀다가 돌려준 일이 있을 정도다.

1980~90년대에 이미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삼십년된 냉장고를 그대로 쓰는 것은 기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흑백TV를 보는 집도 꽤 있었다. 냉장고는 용량이 300ℓ 만돼도 ‘대형’으로 취급될 정도다. 이런 독일인들의 절약정신은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되곤 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가계저축율은 11%로 유럽챔피언일 뿐 아니라, 미국의 0.4%, 우리나라의 3.2%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넘지만 독일 사람들의 60%는 가격대가 낮은 물건을 살 때도 반드시 가격을 비교해 보고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브랜드가 없는 저가상품만을 판매하는 할인매장이 성황을 이루고, 이런 매장에서 최고급 벤츠승용차에서 내린 잘 차려입은 사모님들이 유유히 쇼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인들의 이런 절약정신은 분명 존경할만하고 본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계속 독일 사람처럼 절약만 했다면 우리가 일궈낸 초고속성장은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독일의 절반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경제성장을 받쳐주지 못했을 것이고, 보수적 소비 성향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IT산업이나 핸드폰, 자동차와 조선 산업 등 여러 분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독일이 오늘날 이런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혁신적 신제품을 받아들이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최고급 명품을 선호하며 까다로운 우리 국민들의 소비성향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자극이 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독일로 부터 본받아야할 자린고비 정신이 있다. 21세기 들어 더욱 빛을 발하는 ‘친환경 절약정신’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물소비가 적은 나라다. 일인당 일일 물소비량이 130ℓ로 우리나라의 1/3수준이고, 일인당 쓰레기 배출양도 비슷한 실정이다. 독일은 세계 4위인 경제대국이지만, 세계 에너지 소비의 4퍼센트 밖에 차지하지 않으니 에너지 절약에서도 세계챔피언이다.

독일사람들의 큰 덩치에도 소형차가 승용차시장의 대세고, 그나마 가급적이면 세워 둔다.

도시마다 잘 만들어져 있는 자전거 도로 만큼이나 자전거 타기가 일상화 돼 있고, 전국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주는 철도가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우리나라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독일인의 이러한 친환경절약정신을 다시 벤치마킹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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