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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불곡산서 삶을 뒤돌아본다

470m 높이에 가파른 산세 … 악어능선 주의
중랑천 유양천 물줄기따라 양주 들녘 펼쳐져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감악산 소요산 한눈에

■ 양주 불곡산 산행

불곡산은 양주시의 한 가운데 있다.높이가 470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양주시 전체를 볼 수 있고 의정부와 동두천까지 굽어볼 수 있다. 남으로는 도봉산, 남서로는 북한산, 남동으로 수락산이 한 눈에 보이고 북으로 마차산, 북서로 감악산과 북동의 소요산까지 양주시를 감싸고 있는 산악의 장엄함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중랑천과 유양천의 흐름이 막힘없이 눈에 들어오고 그 물줄기 따라 펼쳐진 양주 들녘이 모조리 보인다. 가히 양주의 진산이라 할 수 있다. 높이에 비해 가파름과 오밀조밀함을 모두 갖춘 양주 불곡산의 지난 11월20일 산행을 정리해 본다.<편집자 주>

불곡산은 전철 양주역에 내려 양주시청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실제 이 접근로가 가장 수월하다.

그러나 오늘은 북쪽 샘내에서 공원묘지를 거쳐 부흥사를 지나 상투봉과 임꺽정 봉을 잇는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타기로 했다.

이 길은 샘내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공원묘지로 난 아스팔트 고갯길을 지나는 데 어지간히 시간이 들기에 인기도 없는 코스다.

그러나 등산 전 호젓함을 맛보고 묘지가 주는 쭈뼛한 숙연함도 들 수 있는 묘한 길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배꼽에서 왼쪽어깨로 오르는 길을 타고 간 셈인데, 인적이 없어서인지 스산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길을 찾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오르막이 계속됐지만 과히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등산로 주변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꽤 있고 북쪽 사면이라 그런지 햇빛은 들지 않았다.

불곡산은 회양목이 많아 ‘가을에 붉게 물든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회양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흥사길 입구에서 산을 타기 시작해서 약 25분 지나니 상투봉과 임꺽정봉을 잇는 주능선 길에 접어들었다.

눈에 보이던 세상이 싹 달라졌다.

암벽만의 세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북으로 남으로 넓게 펼쳐진 양주의 분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틀면 임꺽정봉이고 왼쪽으로 향하면 상투봉을 지나 상봉에 올랐다가 양주시청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도중에 오른쪽으로 비껴서 별간대 놀이마당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불곡산은 버스와 전철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산세가 아름다운데다 높이도 높지 않아 반나절 산행으로 정상을 맛볼 수 있어 간단한 요깃거리와 물 한 병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 초심자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 쉽다.

그러나 여기 주능선에 오르면서 얘기가 달라진다.

군부대 유격훈련 코스로 쓰이던 임꺽정봉을 비롯해 산 곳곳에 암벽 코스가 즐비하고 로프에 몸을 의지해야 오르내릴 수 있는 곳이 연이어 나타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암벽이 가진 수려함과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조망의 탁월함은 그 악명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왼쪽으로 길을 틀어 상투봉을 지나 주봉으로 가는 암벽길로 들어섰다.

아래에서 보는 불곡산은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야산을 갓 벗어난 산이었다.

하지만 여기 주능선 암벽에서 보는 불곡산은 거칠고 가파른, 그래서 위압감마저 주는 산이다.

자연의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여기 불곡산에서 배운다.

헐떡이며 상투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니, 지구는 둥근 것이 확실하게 보인다.

마치 광각렌즈로 보는 것 같이 사면팔방 지상의 끄트머리가 나보다 훨씬 내려가 꺼지는 느낌이 드니. 불곡산은 주변에 그를 위협하는 더 큰 산이 없다.

그렇게 독립된 산덩어리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선물로 준다.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임꺽정봉으로 향하니, 역시 단단하고 야무진 바위덩어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바위에 심은 쇠기둥과 그 기둥을 이은 단단한 밧줄을 잡고 기어 오른다.

바위 표면의 작은 흠과 갈라진 틈새가 어찌 그리 반가운지, 거기에 발을 간신히 붙이고 끼워 오르고 내린다.

임꺽정봉에 오르니 북서쪽 풍광이 땀이 흥건한 눈꺼풀 사이로 들어온다.

지금까지의 고생과 수고를 날려주는 아름다움에 탄성이 나온다.

안개와 먼지에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만은 없다.

돌이켜 부흥사 길로 내려간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사고가 더 많이 생긴다.

나도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어느새 암벽에 익숙해진 걸음이 흙과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까 가파른 암벽에서 이런 실수를 범했다면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누가 볼까 싶어 금세 일어섰다.

한 마디로 불곡산은 직접 오르지 않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수 없는 산이다.

또 산의 7분 능선, 바위 봉우리들의 주위에 남아 있는 고대의 보루터가 이 산의 특징을 얘기한다.

‘땅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땅을 닮는다’고 하는데, 양주의 진산 불곡산은 양주사람을 닮아 외유내강의 산세를 품고 있고 양주사람은 불곡산을 닮아 굳세고 멀리 볼 것이다.

불곡산 등산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쉬운 양주시청 뒤로 오르는 길과 산북동 샘내에서 공원묘지를 거쳐 불곡산장, 부흥사가 있는 길, 그리고 양주별산대 놀이마당에서 오르는 길이 일반적이다.

유양리에서 서쪽으로 더 간 무태안의 대교아파트에서 오르는 길은 일명 악어능선이라 하여 가장 어려운 코스이니 가족산행이나 초심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 오르든지 바위벽은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

자가용을 가지고 온다면 원점산행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내려가는 산행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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