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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평택 머쉬아트 영농조합 박순애 대표

'버섯카페' 역경 딛고 우뚝 일어선 ‘희망공간’
1997년 도농기원과 습도 95% 유지 재배시설 완성
완공후 체험공간 활용… “지역명소로 행복 주고파”

 

국내외 통틀어 버섯을 테마로 한 카페가 평택에 들어선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10년 전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에 선정된 박순애(48·여) 씨. 그는 현재 머쉬아트 영농조합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버섯 카페가 들어선다는 평택시 진위면 갈곶리 277-1로 가봤다.

갈곶초등학교 사거리 맞은편 도로로 들어서다 보면 나무로 둘러싸인 2층짜리 흰색 건물 서너 동이 보인다.

버섯 카페는 그 중 가장 큰 건물이다. 이날 인터뷰 약속을 한 박 대표는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버섯 관련 강의가 농수산대학에서 있기 때문이다. 첫 인상은 펑범한 가정 주부였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언어나 언어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중심에는 농업에 대한 통찰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흠뻑 베여있었다.

그는 “KAIST 출신 연구원 직함을 떼고 버섯재배사로서 지난 1996년 이곳 평택 땅에 정착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10에 10번은 인사를 합니다. 농촌 생활은 그게 기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은 “왜 버섯 농사를 짓게 되었을까”였다. KAIST를 나왔다면 수재 중에도 으뜸이고 장래가 촉망받는 연구원으로 여생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자신의 버섯 카페에 이날 인터뷰의 9할을 할애할 정도로 자신이 KAIST 출신이라는 걸 극구 숨기려 했다. 그래도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농업인 가운데 똑똑한 사람이 있다면 그 만큼 한국 농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말이다.

그는 지난 1996년 평택 진위면 땅에 정착했다. 그런데 자신의 버섯 농장만 보듬은게 아니다. 그보다는 이웃과 공무원들의 버섯 연구 및 재배에 도움을 더 줬다. 그는 평생 생소한 버섯 재배 경험을 우선 이론으로 독파하려 했다. 그래서 버섯 연구 서적은 죄다 섭렵했다. 그의 왕성한 지적욕구와 실험 정신, 남다른 실천은 그가 버섯 재배 분야에서도 과학 버섯 재배사의 독보적 위상을 갖게끔 분발하게 만들었다.

국내 버섯 연구 분야에서 그가 이룬 업적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건축 분야 건축설계사로 치면 버섯설계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지난 1997년 경기도농업기술원 버섯연구소의 프로젝트 수행을 완벽하게 보조해 성공하는 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버섯 연구소 김영호 소장(현 도농기원 원장)과 남윤우 과장(현 도농기원 생활경영개선과장)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연구소의 위치는 광주였다. 지원도 열악했다. 오직 버섯 분야 공공연구에 헌신하겠다는 열정이 있었기에 박 대표는 연구소 일을 도왔다. 그래서 그는 국내 최초로 버섯재배 시설의 설계도면을 완성했다. 없는 자료는 농진청 출판사와 여러 루트를 통해 찾아냈다. 공학도인 그는 환경제어 메커니즘인 부피개념으로 시설의 원리를 적용해 습도 95%를 유지하는 재배 시설 도면을 그려낸 것이다. 당시 공무원과 국가 행정 체계에선 이런 작품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뷰 도중에 박 대표의 남편인 오경철(52)씨와 두 딸 오푸르메(21), 오푸른솔(16)이 카페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카페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카페 설계와 내부 주방 시설 시공은 죄다 남편인 오씨가 맡았다. 그 역시 아내(제어계측 전공)와 함께 KAIST에서 응용전자를 전공했다. 오씨는 원래 대기업 수석연구원으로 지난 1990년대 북한 경수로 사업 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아내의 귀농도 결국 그가 준 선물이다.

박 대표는 “남편의 배려와 도움으로 버섯재배와 카페 설립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라며 남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사실 그의 남편은 몸이 성하지 않았다. 귀농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농장 작업 도중 전기 모터가 뇌를 가격해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 오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결국 버섯 농장에서 박 대표의 일을 돕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박 대표의 버섯 농장이 지난 2004년 큰 화재로 몽땅 타버렸다. 그래서 도내 농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지금의 카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카페의 자재와 주변 나무 등은 모두가 기부로 충당된 것들이다. 그래서 박 대표가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카페가 내년에 완공되면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기업 종사자들에게 무상으로 할애해 체험 공간으로 이익을 환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위면에만 LG전자와 남양유업 등 다양한 기업체가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버섯 카페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특히 고가인 상황버섯을 차 형태로 저렴하게 상품으로 내놓아 고객들에게 버섯의 모든 것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농장 화재, 남편의 대수술 등 크나큰 불행을 최근 들어 모두 겪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버섯 카페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카페가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게 그의 꿈이다. 사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 같으면 쉽게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꿈을 잃지 않는 농업인이다.

“시아버지가 원로 언론인(오소백)이였습니다. 그래서 기자 직종과 더불어 농업이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유일한 직종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보람 있습니다. 버섯 카페는 이런 신념에 있어 작은 실천에 불과합니다. 돈의 노예가 되는 장사꾼이 아닌 진정 농업과 생명을 보듬는 큰 사람으로서 버섯 카페를 성공시키겠습니다.” 문의: 평택 머쉬아트 영농조합 ☎(031)372-0122

※ 인터뷰

갤러리·강연장 등 버섯의 모든것 체험

 



- 버섯카페의 장점은 무엇인가.

▲ 이곳에서는 주로 느타리 버섯이 생산된다. 소비처에 공급되고 특별히 상황, 영지버섯, 동총하초 등 고급 버섯종을 길러 차 형태로 만든다. 이 버섯차는 보통 커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겐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커피 성분이 아니지만 맛은 커피 맛과 같다. 소비자 기호에 맞췄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갤러리와 강연장, 체험 등 버섯을 통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 버섯 관련 특허도 있는데.

▲ 가정에서도 쉽게 버섯을 기를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이른바 가정용 버섯 재배기다. 농촌진흥청의 현장애로기술 사업에 선정 돼 지난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를 통해 논문을 써 지난해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 향후 농장 운영계획은.

▲ 버섯카페 운영 정책도 돈을 떠나 사람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가에 초점이 있다. 카페의 모든 기반 시설과 완공에 필요한 자재는 모두 주변의 도움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갤러리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 미술인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기부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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