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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치료할 수 있다] 에이즈 환우 L씨를 만나보니…

일반인들에 각인된 오해·편견 심각
일상생활 속 전염 안돼도 사실 숨겨

“에이즈(AIDS)는 개인의 병이지만, 숨길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 질병이 됐어요. 감염인은 정작 병 때문에 힘든게 아닙니다. 경제적 자립이나 생계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나의 질병을 밝혔을 때 돌아오는 따가운 시선때문에 숨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L(43)씨는 에이즈 예방·홍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나 군대, 교도소 등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에이즈에 대해 알려온지 어언 6년째. 그는 에이즈 환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이즈’ 하면 ‘나와는 무관한’,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비난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30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어요. 에이즈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할 뿐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병을 감추고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사람들의 그런 인식 때문이겠죠.”

지난 1995년 에이즈에 감염된 L씨는 에이즈 예방·홍보 교육이나 캠페인 활동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 교육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은 좋아진다. 특히 효과적인 것은 감염인과 직접 만나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에이즈 환자는 혐오스럽게 생겼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만나보면 모두 똑같고, 평범하다. 거기서 인식 전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오해와 편견에 대해 ‘그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은 점점 줄어가고, 그렇다고 민간단체나 기업도 어느 곳 하나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저는 에이즈 환자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영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목욕탕도 가고. 우리는 일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이런 일상을 통해서는 전염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환자라는 것을 커밍아웃한다면, 그 시선을 견뎌낼 수 있는 환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에이즈 환자들도 직장 생활을 한다. 하지만 ‘내가 먹는 약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건강검진에서 에이즈란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까’ 등의 생각으로 항상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환자들이 일자리마저 포기한다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사실 자체를 숨기고 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L씨의 말이다.

L씨는 예전에는 대다수의 에이즈 환자들이 병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포기했다면, 앞으로는 직장 생활을 포기해야 해서, 치솟는 약값과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등의 생활고에 시달리다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지원해주고 자립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환자들이 음지로 숨어들지 않고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단언했다.

“민간기업이나 연예인들은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기부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 선뜻 나서서 국내 에이즈 환자들을 지원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에이즈 얘기만 해도 마치 회사와 자신의 이미지에 피해가 간다는 듯…. 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우리를 보듬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숨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에이즈는 불치병도, 전염병도 아닌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환자들의 가장 큰 바람일 것입니다.”

에이즈감염인 인권·복지 사각 불평등·차별 해소책 시급하다

■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감염인에 대한 지원 필요

지난 2009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에이즈감염인의 생활 및 지원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35%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49%는 무직상태로 경제적인 생활고가 심각해 또다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감염인들의 생활을 보면 기초생활수급비 40여만원을 지원받아 주거 비용과 공과금 등을 지출하고 나면 식생활조차 힘들다. 이에 따라 치료 받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감염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혼자 외롭게 질병과 싸우는 감염인들도 있어 이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 감염인에게 중점을 둔 ‘관리’가 필요

최근 경기도내에 거주하는 감염인 중 연락 두절인 감염인이 나타나면서 ‘관리 소홀’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서 감염인의 신고 의무와 감염인 명부 작성·비치 등의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감염인은 특별관리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감염인들 스스로가 정부의 관리가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질병을 노출시킬 수 있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스스로 연락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경기지회가 초기 감염인을 상담한 결과, 감염인들은 자신의 질병이 보건소에 등록되는 순간 환자들만 따로 격리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보건소 등록조차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의 관점을 감염인들의 건강한 생활과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감염인들에게도 그러한 취지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차별대우 제로’, 감염인의 인권 보호 필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HIV감염인들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 차별, 보건소 감염인 관리, 본인의 동의없이 행해지는 HIV검사와 부주의한 결과 통보, 사회의 냉대와 편견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으로 에이즈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감염인의 인권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유엔에이즈에서도 ‘신규감염 제로, 차별대우 제로, 그리고 에이즈 관련사망 제로’라는 구호 하에 HIV 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인권 개선의 요청 속에서 우리나라는 에이즈 감염인의 편견과 차별 해소를 위해 법적 인권침해 조항을 삭제하고,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에이즈 ‘제로’를 위한 벽 허물기

지난 11월28일, 한국의 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유엔에이즈(UNAIDS) 친선대사에 위촉됐다. 이번 위촉식이 흥미로운 점은 유엔에이즈가 사실상 에이즈에서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에서 굳이 친선대사를 위촉했다는 점이다.

유엔에이즈가 에이즈 안전지역인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한 국내·외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에이즈는 무지의 질병이다. 전 세계 3분의 2 인구가 정확한 HIV예방법에 대한 지식을 모른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무지는 경우가 다르다. 소수의 에이즈 환자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무지는 심각한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에이즈 환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함께 찌개를 떠 먹다가, 세면도구를 함께 쓰다가, 모기에 함께 물리는 것 등으로 인해 감염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즈의 감염경로는 성관계와 수혈 등의 혈액, 모자 감염 등 크게 세 가지이며,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것으로는 절대 감염되지 않는다.

둘째, 에이즈는 불평등의 질병이다. HIV/AIDS에 대한 왜곡된 지식과 오해는 편견과 차별을 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수의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제도적인 낙인과 차별이 강하다.

지난 1987년 한국은 처음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의 제정을 통해 HIV감염인 및 AIDS환자에 대한 규제와 인권 침해를 용인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 중심의 공중보건 정책은 HIV 감염인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차별과 낙인을 찍음으로써 그들이 현행 관리체계에서 벗어나도록 조장했다.

진정으로 에이즈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에이즈는 리더쉽이 필요한 질병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사회, 민간기구, 정부, 국제사회 등의 모든 거버넌스가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은 세계의 공중보건 체계 내에서 한국이 국제적 리더쉽 국가로 그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은 세계적으로 에이즈 퇴치를 위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장 손명세는 유엔에이즈 특보로 임명받아 국내·외적인 리더쉽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부산에서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ICAAP)가 개최됐다.

매년 12월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여러 사회 활동들이 진정으로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불평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인권 침해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포문을 열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에이즈 퇴치 앞장서는 사람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경기지회
도내 최초 에이즈 민간단체 감염외국인 상담·진료 지원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경기도지회(회장 백성길)는 경기도내 최초의 에이즈 관련 민간단체다.

연맹은 인류의 존엄성에 기반한 헌신과 봉사를 바탕으로 에이즈 예방을 위한 상담, 홍보, 교육, 조사연구 그리고 국제협력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 외국인과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2000년 5월 설립됐다.

연맹은 세계 에이즈의 날 홍보캠페인 및 각 시·군의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홍보기회를 활용한 에이즈 예방 홍보사업과 도내 중·고·대학생, 군인, 민방위를 대상으로 한 집단교육, 유흥업 종사자 및 유흥업주, 성구매자, 수감인 등에 대한 에이즈 예방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도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상담과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감염 외국인에 대해서는 진료를 지원한다. 아울러 진료 시 보건소가 요청하면 영어, 중국어, 몽골, 태국, 베트남 등의 원어민 상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레드리본 정보센터’ 개설 올해 3천여건 상담 실시
에이즈 퇴치 앞장서는 사람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경기지회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홍보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경기지회(회장 이미경)는 에이즈의 예방 및 퇴치를 통해 감염인 및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지를 증진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01년 1월 설립됐다. 지난 2005년에는 경기도민을 위한 에이즈상담센터인 ‘레드리본 정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협회는 에이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화·온라인·내방 및 출장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들어 3천여건의 상담을 실시했다.

도내 초·중·고·대학생, 성인 및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에이즈의 개념, 감염경로, 예방법, 감염인에 대한 인권, 의료행위 중 감염예방에 관한 내용도 교육하고 있다.

교육은 매년 3월 학교 소재지 보건소 또는 경기지회에 요청하면 선착순으로 120여곳을 선정해 실시한다.

각 지역 축제 및 건강박람회, 대학축제 등에 참여해 OX퀴즈, 캠페인 등의 연 10여차례에 걸친 홍보활동도 이들 몫이다.

특히 정부의 관리가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질병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연락을 끊는 일부 감염인에 대해 감염인 생활상담 및 치료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감염 이후 건강악화로 인해 입원한 감염인들에게 간병서비스도 지원한다.

또 요양 또는 호스피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관련기관을 연계, 1대1 후원자 모집, 정기 후원 등으로 감염인의 생활지원, 예방 홍보활동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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