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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e] 평택경찰서 김윤상 경장

지난해 12월 사비 300여만원들여 셰퍼드 두마리로 시작
전국서 사체 수색 요청 쇄도, 진돗개 양성도 계획
경기 경찰견 종합 훈련센터 국비지원 절실

 

글|오영탁기자 oyt@kgnews.co.kr 사진|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평 택시 오성면 신리에 위치한 가람애견학교에서 국내 경찰 최초로 수색견을 양성하고 있는 김윤상 경장(39).

김 경장의 첫인상은 건장한 체격에 웃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두 손은 수색견의 고된 훈련이 보여주듯 상처 투성이였다.

수색견 양성에 함께 동참하고 있는 이상균 경사도 마찬가지.

하지만 손에 난 상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수색견을 훈련시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듯한 가족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이 붙여준 이 두 수색견의 이름은 킴(김 형사)과 리(이 형사). 독일산 셰퍼드 종인 킴과 리는 지난해 12월생이란다. 김 경장이 이곳에 온 시기와 비슷하다.

특히 김 경장은 그동안 모든 걸 자비로 구입해 근무시간 외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색견을 훈련해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평택경찰서 팽성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최근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배려로 기존에 근무하던 순찰팀에서 관리반(내근 주간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경장은 1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운용요원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특공대 전술평가대회 탐지견 운용부문에 3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사체 수색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경사도 김 경장의 이같은 뜻에 공감하고 지난 4월부터 수색견 양성에 동참하고 있다.

혜진ㆍ예슬이 실종사건 때, 사체 수색견이 필요성 절실

“범인은 자백을 했는데 물증이 없어서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혜진?예슬이 실종사건 때 경찰이 수만명을 동원하고도 사체를 찾지 못해 수사가 지연되고, 피해자 가족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사체 수색견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현재 국내 경찰은 마약탐지견만 보유하고 있으며, 소방이나 사설업체에서 지원받아 수사에 활용하고 있지만 인명구조용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산악견, 사체 수색견, 수상견 등 단일임무견이 전무해 사체 수색 등 치밀한 범죄수사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김윤상 경장은 지난해 12월 이곳으로 옮긴 이후 300여만원의 자비를 들여 두 마리의 셰퍼드를 구입했다. 훈련장이 필요했던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가람애견학교 사장님에게 “장소를 협조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사장님은 흔쾌히 받아줬다.

주?야간이 매번 뒤바뀌며 근무를 해야 했던 그는 주간근무 때는 출근하기 전 새벽시간에 이곳에 나와 1~2시간씩 수색견을 훈련시키고, 야간근무가 끝날 때는 해지기 전 1~2시간씩 훈련시켰다. 비번인 날은 미뤄왔던 훈련을 조금이라도 더 시키기 위해 잠도 줄여야 했다.

김 경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찰 수사에서 수색견 투입은 소방이나 군, 사설업체에서 지원받은 인명구조 차원이었고, 시신을 발견하는 수색견이 없었다. 그래서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리혈’ 주머니 이용해 사체 수색견양성

국내에서는 없는 사체 수색견을 양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의 혈흔을 찾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보건소에 협조를 구해, 시험관에 자신의 피를 뽑은 뒤, 그 피를 테니스 공에 넣어 수색견이 갖고 놀게 했다.

자연스레 혈흔 냄새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혈흔이 묻은 공을 땅에 파묻거나 멀리 떨어뜨려 단계별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는 ‘혈액만 갖고 사체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봉착하게 됐다.

오랜시간 고민 끝에 생리혈과 관련된 논문을 보게 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분석식 서지석 박사로부터 ‘생리혈이 인간구성 세포를 포함해 인간 냄새와 대동소이하다’는 답변을 받게 됐다.

백혈구와 적혈구를 제외한 세포를 포함한 생리혈은 부패되면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점을 이용해 주머니에 넣어 일부러 부패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는 고생을 감내했다.

김 경장은 “1년여간 수색견을 훈련시키면서 고생해왔던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게 됐다”며 소회했다.

이어 “수색견 별로 차별화된 훈련을 시키고 있고, 견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같은 훈련은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이같이 수색견을 양성해 온 일이 최근 화제가 되자 전국적으로 수색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서산, 의왕에 이어 청주까지 수색지원을 나갔다.

 

 

 



자비로 훈련비용충당엔 한계, 수색견 양성에 관심과 지원을

김 경장은 “최근 이강덕 청장님께서 출장비 모든 부분을 지원해준다고 약속하셨고, 내가 순찰팀에서 관리반으로 옮기면서 1명을 팽성파출소에 지원해주셨다”며 기쁨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경장이 킴과 리 두 수색견을 구입했을 당시 들였던 300여만원 뿐만 아니라 사료값, 각종 장비 등은 모두 자비로 들여왔다. 수천여만원은 들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훈련을 하고 있는 가람애견학교 사장의 무상제공 덕분에 지금까지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타 지역 수색지원이 많아지다 보니 킴과 리의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활동량이 많아져 소고기를 먹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 수험생 2명이 이곳에 와 배우고 있어, 자비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그는 “훈련하는 모든 비용은 자비를 들여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수색견 양성에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찰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찰견 종합훈련센터가 지어지고, 수색견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100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아는데 정부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수색견 양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소방으로부터 지원받거나 사설업체에서 지원받아 수사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사체 수색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고, 수색견 별로 차별화된 훈련을 통해 치안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양성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훈련시킨 킴과 리 두 마리 수색견의 고충을 토로했다.

“수색견도 체력이 있어 훈련을 했거나 지역에 수색을 나갔다오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특히 수색요청이 들어와 하루 이틀만에 성과를 본 다는 것은 어려운데 그것에 그칠 때가 있고, 제대로 된 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차별화된 훈련을 통해 수색작업을 펼쳐야 한다”

사체 수색견 양성에 대한 포부에 대해 그는 “수색견 종류별로 특성에 따라 훈련시키는 방법도 달라야 하고, 셰퍼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진돗개도 수색견으로 양성할 계획”이라며 “범죄수사에 수색견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이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더욱 확대돼 경찰수사에 크게 기여할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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