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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愛] 김미혜 마음빌리지 대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마음빌리지’에서의 1박2일

 


도심에서 직장생활 접고 고향에서 다시 찾은 전원생활

경기도 ‘클라인가르텐’과정거쳐 펜션, 먹거리사업으로 안정찾아

글│이창남 기자 argus61@kgnews.co.kr


 

 

 


“그 시절 소녀에게 마을은 동경과 무한 희망의 출발지였죠. 소녀는 지난 1963년 2월 18일 여물리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47년이 지난 지난해 8월 소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평범한 주부가 되어 여물리에 다시 정착했습니다. 그것은 운명이었습니다.”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 90 ‘마음빌리지’ 김미혜(47) 대표는 귀농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양평 시골 토박이가 도시로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당시 양평 성운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수원여대)에 들어간 그는 1987년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이후 그는 지난 1990년부터 10년 간 김정문 알로에라는 회사에서 식품 전문 기술을 배워 요리까지 자신감을 갖게 됐다.

마음빌리지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차창 문을 여니 도시에서 복잡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영하의 찬바람이 싫지 않게 느껴졌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핸들을 꺾으니 높고 산세가 험한 용문산이 보였다. 산등성이 마다 설경을 뽐내고 있었다. 용문산의 끝자락 강원도 홍천의 경계지역에 김 대표가 살고 있는 마음빌리지가 있었다. 여물리라는 지명은 2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곡식이 잘 자라 알곡이 꽉 찬 것을 뜻하는 여물이 첫째다. 또 옛날 소를 끈 나그네가 잠시 쉬었다가 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여물통에 물을 줬다는 여물이 바로 그것이다.

구름 한점 없는 여물리의 하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먼발치서 마음빌리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옛 한옥 고택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음빌리지는 사실 개량 한옥이다. 김 대표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터를 닦고 살아온 곳이다.
 

 

 


마음빌리지는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9년 3월 농촌체험학습장으로 지정한 곳이다. 마음빌리지 주변에는 30평 규모의 전통농촌 체험 강의실과 7천500㎡규모의 텃밭, 각종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또한 정부 지원금 5억 원을 받아 4개동으로 구성된 마을펜션(60㎡, 40㎡)이 있어 단체 고객도 찾는 등 주말이면 이곳에 사람들로 활기를 찾는다.

김 대표는 “주5일제와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느리고 여유 있는 농촌의 삶에 대한 도시사람들의 향수가 큰 것 같다”며 “이곳 체험장에서 1박2일 간 농촌 음식과 문화를 체험한다면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빌리지의 장점은 우리 고유의 전통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먹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전통음료인 식혜를 비롯해 떡과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전통장 등을 김 대표의 강의와 이론 학습, 실습 과정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김 대표의 꿈은 이처럼 고향인 여물리로 와서 전통 식품 체험장을 만들고 된장과 김치 등을 생산하는 식품가공회사를 창업하는 것이다. 귀농을 했지만 마음은 늘 자신이 아닌 이웃에게 이로운 일을 위한 발상과 실천을 하는 이타심이 바탕이 된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도시에 살면서 귀농에 향수를 갖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김 대표도 사전 경험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2007년부터 경기도 농업정책과가 추진해온 클라인가르텐(Klein Garten)에 신청했다. 국내 최초로 도시 귀농자들을 위한 전원 체험시설을 짓는다는 목표로 경기도는 양평군과 연천군에 각각 5개 동이 지난 2008년 초 완공했다.

경기도에 이어 숙박이 가능하고 자연체험이 가능한 이 사업을 벤치마킹한 지자체도 계속 늘고 있다. 김 대표는 그해 4월 1년 임대료 300만원을 지불하고 이곳에서 2년 간 살았다.

물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도내 농촌 마을 마다 임대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그는 여물 마을의 지분을 받아 응모했다. 경쟁률은 140대 1. 그 만큼 도시민들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클라인가르텐 사업은 이후로도 김포와 안성, 여주 등 타 시군으로도 확산 돼 전원 마을 짓기 붐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주5일제라는 라이프 패턴의 변화가 이 같은 귀농 열풍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주로 토요일 오후에 와서 일요일 저녁까지 머물다 다시 서울로 간다. 김 대표 가족도 그렇게 2년 간 보냈다. 그리고 그는 결심했다. 귀농하기로 말이다.

농촌 마을도 새로운 수입원 창출 효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벼농사 600㎡에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데 클라인가르텐 사업은 1동 50㎡ 규모에 300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여물리 마을도 이 사업에 참여해 마을발전기금에 적립하고 있다.

그의 농촌체험교육은 대학 등 도시 현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현재 농수산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교육체험 농장 과정을 이수 중이다. 또한 출신 대학인 수원여대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식품 조리학 강의도 해오고 있다. 물론 혼자선 이런 모든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오지 못했을 것이다. 모그룹에 다니는 남편 김진선(59)씨와 자녀(1남 1녀)가 있기에 가능하다.

강의 등 외부 활동을 하면 남동생 부부가 친정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머무르며 마음 빌리지 관리를 해준다. 주말 맞을 체험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김 대표는 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회귀 본능은 사실 여느 동물에게도 있다. 특히 연어의 경우가 그렇다. 연어는 바다에서 다시 강을 거슬로 올라가 알을 낳고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연의 순환을 위해 생명을 준 자연에서 나서 다시 자연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 한번 태어난 삶은 자본과 명예, 권력에 대한 욕망의 전차가 질주하면서 종종 파국을 맞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이곳 여물리는 다르다.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 대표는 도시에서 피터 지는 경쟁에 신물이 났다. 시골에서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행복한 그런 삶이 좋다. 연어와 김 대표의 삶은 어떻게보면 비슷하게 닮았다고나 할까. 인터뷰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마음빌리지의 농촌체험을 접목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겠습니다.”

문의: 마음빌리지 (031)773-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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