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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전통시장에 오면 질좋은 물건·인심이 기다립니다”
법 개정으로 SSM으로부터 전통시장 보호장치 마련 큰 성과
상인의 길 25년 단국대서 경영학 박사 취득 ‘시장 박사’로 통해

글·사진 l 최영석기자 choi718@kgnews.co.kr

 

 

방 앗간에 깨 볶는 냄새는 고소하다. 이리저리 물건을 옮기는 상인들은 분주하다. 뜨거운 순대국에 소주 한잔으로 손님들은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인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이지만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지동시장의 모습은 변함없이 활기차 보인다.

“두부가 한모에 200원. 오늘만 이 가격에 드립니다”

“돈은 많이 벌었나?”

“오늘은 눈이 오니까 배달사절이라고 말해”

왁자지껄한 시장통의 여러 목소리 가운데 유독 한 상인이 넋두리 하듯 내 뱉는 한마디가 가슴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웬 눈이 오누...”

최근 골목마다 출점한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여파로 위축된 전통시장의 세태를 이 상인은 긴 한숨과 함께 토해 내는 듯 보였다. 한편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는 전국 240만 상인들의 고충 해소를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주인공 최극렬(54) 전국상인 연합회 회장을 지동시장 2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 통과는 큰 의미 지녀

지동시장 사무실에 들어서니 최극렬 회장은 수원시 상인연합회 시장상인 대표들과의 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국 16개 시·도 상인연합회 지회를 이끄는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극렬 회장은 상인들의 지위향상과 권익보호를 위해 꾸준히 일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이하 상생법) 처리를 주장해 왔고, SSM의 저지를 위해 전국 각지의 집회, 기자회견, 토론회 등에 참석해 ‘SSM이 1곳 들어서면 주변 10여개의 점포가 곧바로 문을 닫는 현실’을 온몸을 던져 알렸다.

또한 여·야 간의 입장 차이와 국제 통상 규정 및 한·EU FTA 저촉 우려로 유통법과 상생법 통과가 난항에 빠지자 급기야 여·야를 방문해 항의집회 또한 서슴치 않았다.

최 회장에게 지난 2010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분리 의결 처리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이 향후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화통하면서도 신중한 성격의 지도자로 잘 알려진 그는 “비록 부족한 부분에 대한 향후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난마(亂麻)처럼 꼬인 문제해결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겠느냐”고 답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전통시장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시장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서 SSM의 입점을 막는 유통법 개정안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점·체인점을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SSM의 무분별한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상생법 개정안이 대형마트와 SSM으로부터 완벽하게 전통시장을 보호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단 골목시장까지 싹슬이 하려는 대기업에 맞서서 10여년 숙원사업인 법안처리를 이끌어 낸 것은, 상인들의 단결과 전통시장 민주화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특히 ‘유통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통시장의 500m는 보호해야 한다’라는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낸 것과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번 법안통과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학내 민주화 선봉에서 전통시장 민주화 선봉으로

최 회장은 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역시 24년동안 지동시장에서 태광축산이라는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이기 때문이다.

최극렬 회장이 상인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은 지난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부독재 시절 단국대학교 상대에서 학생회장을 맡았던 최 회장은 학내 민주화의 선봉에 서서 투쟁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했지만 민주화 운동의 흔적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방황하던 그에게 어느날 평생의 멘토인 아버지(최태성 옹)가 한마디를 던진다.

최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과 아버지다.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시장에서 일을 하면 최소한 밥은 먹고 살지 않겠냐’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거부할 수 없어 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힘든 일을 시장 사람들과 같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직업관으로 인해 업신여김 당하는 동료 상인들을 보게 된 그는 ‘무시 받지 않고, 존경받는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단국대 대학원에 진학한 최 회장은 경영학 석사에 이어, 시장 상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전통시장 전문 박사학위(논문:소매점유형별 점포속성에 대한 지각된 분류)를 취득한다.

현장경험과 이론을 두루 섭렵하게 된 최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전국상인 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온누리상품권 발행과 카드수수료 인하 그리고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 등 각종사안을 온몸으로 통과시키는데 노력했다. 그는 “상인의 길은 행복한 선택이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학생회장 시절 학내 민주화를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상인 연합회 회장으로 전통시장 민주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업을 이어받아 장남으로 두동생의 유학비를 10여년 이상 보낼 수 있었으며 가족이 화목하고 번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전통시장은 우리가 가꿔야할 역사·문화의 자산

최 회장은 전통시장의 현주소를 “대형마트와 SSM이 들어서면서 전통시장 300개가 없어졌고, 지금 남은 1천 500여개 시장도 점점 쇠퇴해지고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 상인보호를 위한 법을 만들어 줄 수 없고, 시설현대화와 경영현대화를 지원해 줄 수 없다. 전통시장 상인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극렬 회장은 “전통시장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소통의 장으로서 경제성장을 이끈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곳이다. 우리가 가꿔야 할 자산인 전통시장에 나와 보시면 대형마트나 SSM보다 경쟁력 있는 품목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캠페인을 통해 전통시장이 지역경제의 풀뿌리 역할을 한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길만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극렬 회장은

<학력>

△수원고등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박사)

<경력>

△지동시장 상인회장

△수원시 상인연합회 지회장

△경기도 상인연합회 지회장

△전국상인 연합회 회장

△전국 소상공인 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대한주부클럽 연합회 수원지부 이사장

△이사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전), 한국경영사학회(전), 수원시장학재단, 수원시문화원, 수원화성운영재단)

△위원 (중소기업 회계선진화 및 투명경영확산위원회, 한국디자인경영협회 자문, 경기도 시장정비사업 심의, 경기도 사전조정협의회, 경기경찰청 발전위원회, 수원시 정책자문위원회, 수원시 새주소위원회)

<수상>

△수원시장 표창(지역발전 및 주민복지 공로, 지역경제활성화 공로) △경기도 교육감 감사장(학교체육발전공로, 전국소년 체육대회 종합우승 기여공로, 전국체육대회 경기교육위상 기여공로)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지동시장 대표)

△대통령 산업포장(재래시장 활성화 기여공로)

△한국일보 대상(미래를 여는 혁신인물 공로)

△한국관광평가연구원 대상(혁신 전통재래시장 진흥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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