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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정숙영 경기도 여성가족 국장

 


저출산 극복은 사회구조적 문제 “낳으라고 한다고 될 일 아니다”
가정보육교사제, 질병돌보미 등 엄마들을 위한 정책 적극 펼칠 터

2001년 시작한 ‘성인지력 상상교육’은 도청내 돌풍 몰고와

글 l 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사진 l 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1 월 중순 정숙영 경기도 여성가족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가 찾아왔다는 말이 전달되자 국장 방안에 모여 있던 서너명의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서류더미를 들고 국장실을 빠져 나갔다. “저출산 대책 만드느라 직원들이 정신이 없습니다” 정 국장의 힘있는 말이 방안을 가득 메운다. 경기도 여성정책의 산실, 저출산 대책의 총사령탑인 정 국장으로부터 경기도 여성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 올해 여성 가족 정책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말부터 저출산 업무를 저희 국에서 맡게 되었습니다.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맞벌이 가정, 이혼에 따른 한부모 및 재혼가정, 다문화가족 증가 등 가족환경 변화에 따른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할 일입니다.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고 미래의 주역인 아동, 청소년을 건전하게 육성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 국가 재앙으로까지 얘기되는 저출산, 묘안이 있습니까.

“아이를 가지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둘째아이를 낳고 싶어도 회사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되고는 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 후 권고사직 등으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비율이 2005년 30.7%에서 2007년 37.3%로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난 12월 도의회에서 9억8천만원이 삭감돼 무산된 가정보육교사제도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아닌가요.

“가정보육교사제도는 보육전문자격을 갖춘 교사가 영아 집에 찾아가 체계적인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관련단체의 반대로 도의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만 이용하는 부모 88%가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가임여성 평균출산률이 83년 2.1명에서 2009년 1.15명(경기도 1.23명), 223개 국가중 218위로 세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는 저출산 대책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하기 좋은 기업환경을 조성해 근로자들이 기업을 신뢰하고 즐겁게 일해서 생산성도 향상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족친화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강연회를 통한 CEO의 경영마인드 제고,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증기업에게는 중기자금 융자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20개항목의 인센티브가 따라간다.

경기도내에는 보육시설이 1만1,273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맞벌이 부부들이 출장이나 야근할때가 문제다. 그래서 보육시설 운영시간을 저녁 7시30분에서 밤 11시까지 연장하는 시설을 1천900개소로 확대했다.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도 갑자기 자녀들이 아플 경우 특히 전염병인 경우 시설에 맡길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당혹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질병돌보미사업’을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보육시설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은 정부지원시설 보육료기준 전액 지원대상이 소득인정액 상위 30%를 제외한 전계층(월소득 인정액 450만원이하, 맞벌이 가정 월 600만원이하)에게 정액 지원하고 다문화가정 자녀는 소득에 관계없이 전원 지원함으로서 공교육을 강화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정숙영 국장은 저출산 업무를 떠맡은 기념으로 ‘빵’ 터뜨리겠다며 소개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록될 ‘경기맘 D라인 패션쇼’를 2월 1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갖기로 했다. 전국의 임산부 20명을 선발해 패션쇼를 하게 되는데 이들이 입고 행진할 임신복은 대학생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임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전국 대학생들의 공모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저출산 극복 애니메이션 보급

정 국장은 출산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은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내용이 포함된 시나리오를 제작 배포하고 초·중·고등학교에는 저출산 극복 애니메이션을 보급해 토론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회사간, 시·군간 팀 미팅을 주선해 신랑, 신부 맺어주기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돕는 일도 정 국장이 할 일이다. 도는 맞춤식 교육을 통해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를 발굴해 연계해 주고 있다. 전업주부 취업은 6개소의 인력개발센터를 통해 전산, 세무 등 직업훈련교육을 실시해 취업을 돕기로 했다. 지난해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만든 ‘온라인취업코칭시스템’은 스스로 자기진단을 통해 역량을 가늠하고 적성에 맞는 직종을 전문 상담사가 코칭하여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로 취업시켜주는 시스템으로 올해는 전국으로 확대해 취업을 원하는 모든 여성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 국장은 지난 1970년 8월 여주군에서 말단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6년뒤인 1976년 4월 12일 꿈에도 그리던 경기도청 입성에 성공한다. 도청 민원실에서나마 광역행정의 맛을 보며 뜻을 키워 나갔다. 당시 도청에 근무하는 수많은 여성공무원중에 자신을 포함해 6명만이 정규직 이었다. 성평등은 꿈에도 꾸지 못하던 때였다. 시군 전입대상에서 여성공무원은 아예 제외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던 시절이었다. 이무렵 정 국장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뼈져리게 느꼈다고 한다.

2000년도 정 국장이 여성정책과장에 임명되면서 성평등에 대한 공무원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 세우는데 힘을 쓰기 시작했다. 성평등은 여성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급선무 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정 국장은 시·군을 순회하며 여성 정치양성 교육을 시작했다. 거둬드린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잘 감시하고 상·하수도를 완벽하게 관리하는데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교육을 시작한 2000년 당시 기초의회 1.6%, 광역의회 3%이던 여성 의정참여율이 현재는 기초의회 27%(113명), 광역의회 15.3%(19명)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까지도 정 국장은 이같은 수치가 목표치에는 크게 미달한다고 말한다. UN이 권장하는 여성권한지수 30%(여성의 의사결정직 참여비율)에는 못미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규모 13위라는 기록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나라의 2009년 여성권한지수는 조사대상 109개국가중 61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1년 ‘성인지력 상상교육’ 시작

정 국장은 거의 같은 시기인 2001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성인지력 상상교육’을 시작했다. 공무원조직에서 왜 여성 공무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방영해야 하는가를 도청 5급이상, 시·군 6급이상 인사부서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당시 임창열 지사를 찾아가 교육의 목적과 필요성 등을 설명하자 “적극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추진해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참석을 꺼려 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반 강제로라도 참석시켜도 된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이렇게 해서 당시 여성학의 대모격인 이화여대 장필화 교수에게 자문을 얻어 각계각층 인사들로 강사진을 구성해 교육을 시작했다. 의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인사부서 뿐만이 아니라 예산, 기획 파트로 교육을 확산시켜 달라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였다. 정 국장이 기획하고 추진한 성인지력 상상교육은 전국 광역단체에서 벤치마킹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국장은 2005년 여성정책실장으로 승진해 제2청에 근무하다 2006년 구리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선 단체장 출범 이후 부단체장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경쟁 또한 치열한 자리여서인지 정 국장의 부시장 임명은 그만큼 말도 많았다.

-2006년 구리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 반응은 어땠나요.

“부임하고 첫 출입기자 간담회를 영양탕 집에서 했어요. 참석한 20여명의 기자들이 다소 의아해 하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영양탕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지만 저를 여자 공무원이 아닌 그냥 공무원으로 봐 달라는 무언의 요청이었지요”

-기자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았을텐데요.

“녜, 그래서 두번째는 수락산 힘든 코스를 택해 출입기자들에게 등산을 가자고 했어요. 힘도 들고 땀도 흘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산을 했지요. 그리고 점식식사 자리에서 시원한 막걸리로 건배를 하며 의기투합 했습니다. 그리고서야 밤 10시가 넘어 맛있는 음식 먹으러 나오라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기자들의 협조를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구리시장의 반응이 더 궁금한데요.

“이무성 시장님이 당시 인사권자인 손학규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자 남자 공무원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를 했어요. 그러자 손 지사님은 정 국장을 아는 사람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물어보라고 이 시장에게 말했다고 해요. 이 시장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니 저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도 미심쩍은지 그렇다면 6개월만 근무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바꿔달라고 하더라는 소리를 손 지사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 후 이 시장님과는 잘 지냈어요”

정 국장은 1974년 고양시에 근무하며 야간대학에 다녔다. 첫째 수업은 빼먹기 일수였다. 제시간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버스에 올랐는데 옆좌석의 사람이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한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아래로 빠지는것 같지만 물을 주지 않으면 콩나물은 죽는다. 콩나물이 자라듯이 당신도 자라고 있으니 그만큼만 기대해보라” 정 국장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때를 잊지 않고 항상 초심으로 돌아갈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정숙영 국장은



△현 경기도 여성가족 국장

△구리시 부시장 역임

△도 여성정책과장 역임

△경기대학교 박사과정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옥조근정훈장(대통령)

△2010년 도공무원 노조 ‘존경받는 멋진 공무원’ 선정

△제5회 아산지역 사회교육상 개인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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