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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Story] 김영 LG전자 평택1지부 노조지부장

선진적 勞經문화 펼치는 LG전자 평택1지부 노조지부장

 

‘담배와의 전쟁 선포’로 최고 경영자 조직문화 혁신에 부응
‘다문화가정 돕기’ ‘그린 아이디어 경진대회’ 통한 저탄소 문화 확산

글ㅣ김동섭부장 kds610721@kgnews.co.kr 사진ㅣ최영석기자 choi718@kgnews.co.kr



국내 4대 기업 중 LG의 선진적 노경(勞經)문화는 정평이 나 있다. 다소 수직적 관계의 뉘앙스를 풍기는 ‘노사(勞使)’라는 명칭도 일찌감치 없앴다. 대신 동반자적 수평관계인 ‘노경(勞經)’으로 바꿔 그 자구적 해석부터 평등을 실현했다. 성공적이며 가치창조적 노경관계를 정립하자는 취지다. LG전자 사업본부는 평택, 창원, 구미, 청주 등 국내 4개 도시에 공장이 산재, 이중 평택과 창원은 각 2개 지부로 나뉘어 모두 6개 지부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서울영등포본부 노조위원장(배상호)을 정점으로 산하 6개 노조지부장들이 유니언 리더로?노경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LG전자 노경관계는 1989년 이후 20년간 무분규 사업장이다. 산업평화의 탑 금탑(1994), 보람의 일터 대상(1994), 노사화합대상 대통령상(1998), 투명경영대상(경제5단체), 노사문화대상(2005) 등 다수의 포상 이력이 말해준다. LG전자 노동조합은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이른바 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이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평택시 진위면 청호리 19-1번지, LG전자 홈 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노동조합 평택1 지부 김영(金瓔·51) 지부장을 만났다. 제7대 직선 지부장이다. 평택1지부는 정규사원 8천여명, 협력사원 1천500여명 등 모두 9천500여명인데 이중 조합원은 10% 정도인 868명. 그는 지난 해 12월 단독 출마, 전체 조합원 857명 가운데 무려 854표의 찬성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찬성 지지율이 99.64%. 대기업 노조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다.

 

165cm의 단신, 하지만 첫 인상에서 ‘아름다운 카리스마’가 풍겼다. LG기업의 창업정신이 노동조합에도 여지없이 담겨 있었다. 기업문화였다. 120㎡ 남짓, 지부사무실의 기둥 한쪽 벽면에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지부의 발전을 염원하는 조합원들의 ‘사인 액자’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 제1의 평택1지부 파이팅(김석진)’, ‘LG노조의 미래를 밝게 해주세요(이상원)’, ‘마음을 담았습니다(전경식)’, ‘저희는 믿습니다. 100% 파이팅(숙희)’….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84년 11월 구미 TV공장으로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85년 평택공장으로 발령났다. 이후 조합에 가입, 95년 첫 노조 문화부장, 96년 교육선전부장, 97년 총무부장, 2010년 사무국장에서 지부장으로 피선됐다. 14년차 LG 노동계의 산증인이다. 지부장 피선 직후 80여일간 그는 어떤 일을 해냈을까. 우선 ‘담배와의 전쟁 선포’다. 올 1월20일 제 49년차 LG전자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다. 전체 36명의 간부 중 비흡연자 8명을 제외한 28명의 그룹장 이상 간부들이 전원 자발적으로 참여해 서약했다. 이 서약서는 배우자의 ‘확인 사인’까지 첨부, 액자에 담겨져 노조사무실에 진열됐다.

 

김 지부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서약을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을 땐 무서운 페널티가 적용된다. “만약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면 모든 인센티브에서 배제돼요. 승진에서 누락되는 건 당연하고요. 해외연수조차 갈 수 없어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돼요.” 1주일마다 흡연 여부를 측정한다. 니코친 측정기 ‘3’을 기준으로 그 이상일 땐 흡연한 것으로 처리한다. 한달이 지났는데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없다. 구미, 창원, 청주공장의 노조지부에서 부러움 반(半), 비난 반(半)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서약식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흡연은 본인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도 망쳐요. 이젠 흡연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그가 과감히 이 ‘담배와의 전쟁 선포’를 작심한 것은 LG전자 최고경영자(CEO) 구본준 부회장의 조직문화 혁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자마자 ‘독하게 실행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조직 역량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간부라면 그 정도라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말이 아닌 실천을 할 때 간부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예요.” 회사 측은 그 답례품으로 런닝머신 2대를 내놓았다. 담배를 끊었을 때 체중이 늘 것을 대비한 배려다. 지부는 곧 ‘체중줄이기’ 서약도 할 작정이다. 김 지부장은 이어 지난달 31일 다문화여성들의 친정방문을 도왔다. 사랑의 저금통 ‘100원의 기적’을 통해서다. 설을 맞아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등록된 4가정(14명)이 고향방문에 오를 수 있도록 왕복항공권과 전자렌지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참여 & 기부문화’의 행사로 벌써 40인 가족들을 도왔다. 노동조합기금 모금으로 다문화가정을 돕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또 조합원들을 위한 복지후생 위생관리에 빈틈이 없다. ‘쌀 품평회’가 대표적인 케이스. 납품 전 수십여종의 ‘쌀’을 놓고 조합원들의 정확한 평가를 통해 선택 하겠다는 것이다. 선택된 ‘샘플’은 그가 보관하고 있다가 수시로 ‘밥맛’을 체크, 질이 떨어졌거나 다른 품종의 쌀을 들여왔을 땐 가차없이 전량 교체시키고 패널티를 적용한다. “어렸을 때 부친이 ‘정미소’를 운영하는 바람에 ‘쌀’을 볼 줄 알죠. 식당에 납품되는 쌀은 최고급이어야 해요. 저를 속일 수는 없죠.” 그는 불시에 식당의 식자재에 대한 원산지 표시와 위생도 검열한다.

 

위반 땐 가차없이 폐기처분하고 새 것으로 교체한다. 무서울 정도로 엄격한 룰을 적용한다. 이런 관리 뿐만 아니라 설거지 등 식당 허드렛일에 대한 노조간부들?체험행사도 벌이고 있다. 식당 도우미들의 애환과 고통을 알아야 ‘잔반 줄이기’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부의 환경사업도 눈에 띈다. 저탄소 문화동참 활성화를 위해 사내 각종 행사 1회용기 사용치 않기, 폐 가전 수거 활동 연중실시, 1사1하천 & 1사1산 사랑운동, 그린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한 저탄소 문화 확산 운동을 벌이고 있다.

 

 

 

1사1산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순 무봉산과 부락산에서 평택시공무원, 환경단체의 협조로 야유회를 겸한 환경정화운동을 펼쳤다. 공동체 구현을 위한 인권행사도 펼친다. 조합瘦鳧막?마련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평택 1지부 전 구성원이 화합 할 수 있는 페스티발도 열어 사내외 협력회사 및 비정규 사원들의 참여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올해 특히 사원교육에 집중할 방침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교육만큼 좋은 효과가 나는 게 없어요.

 

유명 강사를 초빙해 훌륭한 강의를 들으면 달라지는게 눈에 보여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면서 자신의 삶의 질은 물론 조직문화에도 플러스 효과가 나와요.” 그의 일상은 빡빡하다. 개인적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밤 12시까지 긴장의 연속이다. 조합원들의 개인적 신상 상담까지 처리한다.

 

차 접촉 사고에서 이혼 등 가정사까지. 귀가 시간은 보통 밤 11~12시, 수면 시간은 보통 5시간 정도. 동탄의 자택에서 5시30분에 기상, 아침 식사를 하고 6시30분~7시 사이 조합에 출근한다. 신형 엔진이다. 그런 열정과 성실성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노조지부장으로서의 역할과 포부를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노조지부장도 경영인이예요. 비록 경영권은 없지만 사원들에게 경영을 이해시키고 독려하기 때문이죠. 간부들을 중심으로 경영자의 사상과 철학을 전달하는 것도 조합의 임무죠. 경영진을 대변하?거에요. 평생 삶터인데 직장에서 짜증이 나면 곤란하죠. 조합원과 경영진 사이의 매끄러운 윤활유 역할을 할 거예요.” 그래서일까. 이날 인터뷰 내내 경영지원팀 인사노경 1그룹 이지형(46) 그룹장과 신동섭(39) 차장이 도움말을 주었다. 노조 간부가 아닌 경영진 측인데도 조합의 입장에서 PR하고 LG 평택1지부의 현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바로 ‘사회책임적 노경(勞經)관계’를 몸소 실천하는 장(場)이었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평택1지부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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