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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탐방]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

“성공의 잣대가 억대연봉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고용 없는 성장시대’ 백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독도쿠키 판매 수익으로 ‘백조의 비상’ 꿈꿔

글·사진 l 최영석기자 choi718@kgnews.co.kr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대졸이상 실업자는 34만 6천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이 기록치는 졸업시즌과 맞물려 발표돼, 취업과 미취업의 기로에 선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이른바 ‘졸백’(졸업과 동시에 백수)이라는 공포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10년 넘게 전국백수연대(이하 전백련)를 이끌며 ‘백수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인물. 주덕한 전국백수연대(이하 전백련)대표를 만나 한국의 실업문제에 대해 견해를 들어봤다. 아울러 전백련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그가 만들고 있다는 ‘독도쿠키’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백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전백련 주덕한 대표.

각종 언론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그는 전백련과 독도쿠키사업단 일로 여느 대기업의 CEO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차 주덕한 대표를 방문한 날도 연신 그에게 밀려오는 전화로 인해 1시간여를 기다려 비로소 정상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행운아 축에 속한다. 이유는 “그를 만나러 오는 기자들은 평균 2시간 이상을 기다려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는 한 독도쿠키사업단 직원의 후문이다.

“백수가 너무 바빠서 쓰러질 지경이다”

미안함을 감추기 위한 까닭인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주덕한 대표와 명함을 교환하고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태백, 삼태백 등을 넘어 최근 백수를 ‘잉여’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백수에 현주소와 함께 백수를 나타내는 신조어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은 무엇인지.

“백수를 ‘잉여’라고도 부르는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남는것’은 아니다. 과거 한국에서 백수라고 하면 실업자의 경멸적인 표현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현재 ‘백수’는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라도 직장을 그만두면 누구나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내가 원하든 아니든 다양한 형태의 백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 백수의 현주소로 본다. 개인적으로 백수를 ‘백조’라고 부르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가장 큰 동물이 백조이다. 또 ‘미운 오리새⇒?遮?동화를 보면 오리들 사이에 살던 새끼백조가 ‘왕따’를 당하다가 훗날 백조가 돼 하늘을 날게 된다. 그래서 백조라는 말을 좋아하고, 때문에 백조모자도 마련해 쓰고 다닌다”

-전백련을 시작한 배경은.

“백수 초창기인 지난 1997년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 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책을 내고 나서 당시 인기 있었던 라디오방송에서 게스트 출연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방송당일 방송이 있는 것을 까맣게 잊고 강화도로 놀러갔다. 그러나 ‘삐삐’로 방송국에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방송국으로 이동해 방송시작 5분전에 도착해 대본도 못 읽고 생방송으로 책 소개를 했다. 그때 했던 말이 ‘백수가 잘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하는 일은 없지만 나쁘지 않다’는 취지로 책을 썼鳴?소개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백수가 재미있으면 목숨 걸고 해보라’는 말에 힘을 얻었고, 라디오를 듣고 연락된 50여명의 백수들이 한 놀이터 공원에서 모여 결성한 것이 전백련의 시초였다. 전백련을 서울시 관련과에 민간단체(NGO)로 등록할 당시, 관련 공무원이 ‘이름이 이상하다’며 ‘이름을 바꿔서 등록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백수를 백수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전백련은 인터넷카페(cafe.daum.net/backsuhall)등을 통해 전국에 1만 6천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대졸이상 실업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백련 대표로서 한국의 실업문제 대안은 있다고 보는지.

“먼저 정부가 세우는 실업대책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백수입장에서 ‘정부와 국가가 백수를 위해 무엇을 해줬느냐’는 입장이다. 한국의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잘못된 교육정책과 잘못된 국민의식문제로 부터 비롯됐다’고 본다. 프랑스나 스위스 등의 국가는 고등학교 졸업만 해도 사회구조적으로 할 일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대학졸업자가 80%가 넘어도 할 일이 없다. 이유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실업문제에 한 몫 한 것으로 본다. 또한 한국학생들이 꼭 대학에 가려는 이유를 잘못된 사회적 관념 때문으로 본다. ‘너 대학 못 가? 부자 못 된다’라는 방식이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대학에 가야한다는 공포심을 조성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의 근본은 한국사회가 너무 ‘잘산다’라는 모델을 높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업적으로 나쁜 것도 아닌데 작은 차를 타고 어디를 가면 부당한 대우를 받기 싶다. 이로 인해 꼭 몇 억을 가지고 좋은 차를 몰아야만 성공하는 것처럼 강박관념에 메여 살도록 우리사회가 몰아가는 것 같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다. ‘당신은 성공했냐’를 물어보기 전에 ‘당신은 재미있고, 보람있게 사는냐’라는 물음이 먼저 선행되는 사회풍토가 조성 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실업문제에 앞서 ‘월급 150만원 받아서 너 어디서 살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도쿠키사업단 대표직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백수가 맞는지.

“4대보험을 한 번도 안 냈고, 아직까지 월급을 한 번도 못 받았기 때문에 백수가 맞다고 본다. 백수도 ‘잘 먹고 잘 살자’를 추구한다. ‘전백련이 술먹고 노는 단체’라고 오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백수도 잘살기 위해 사업도 논의하고 연구도 한다.

-독도쿠기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지난 1998년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희망청)에서 일 할 때부터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공동창업모델을 생각했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일본에서 ‘다케시마’ 쿠키를 만드는 것을 모델로 착안해 지난 2009년 정부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독도쿠키사업단을 시작하게 됐다. 애국심에 들끓어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앞으로 독도쿠기사업단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올해 독도쿠키사업단을 독립적인 법인으로 만들어 더 이상 사업단이 아닌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자구노력으로 시장 개척을 통해 판로를 확대시켜, 현재 8명의 직원이 전부인 독도쿠키사업단에서 더 많은 백수들이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독도쿠키사업단이 기업이 되면 비로소 백수탈출인가.

“사업단이 기업이 된다면 그때에도 더 이상 사업단 대표로 남을지는 모르겠다. 전백련 대표로, 또 백수활동가로 백수들을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끝으로 실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한마디.

“일을 안 하고 있다고 해서 불안해하고 백수기간을 길게 생각하며 조급해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백수생활을 빨리 청산하려고 사업을 시도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자발적으로 원해서 백수생활 하시는 분들은 해 드릴 말이 없고, 그게 아닌 백수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삶의 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똑같은 백수지만 어떤 백수들은 주변에 연락도 안하고 은둔생활을 하는데, 그런 백수들도 외국어와 기술 등을 배워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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