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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순례] 김건식 세계 모자 박물관 관장

84세 김관장의 세계 모자 박물관 건립의 ‘꿈’
만주 관동군 장교 모자 3천만원에 구입
화성관광객 ‘모자·역사’ 체험에 극찬

 

 

 

글ㅣ이동훈기자 gjlee@kgnews.co.kr

예로부터 신분이 높은 계급들을 바로 ‘모자’를 통해 구분했고 모자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권력과 신분의 표시였다. 시대가 흐르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신분을 나타나는 계급에 따른 모자가 발전됐지만 사실 유럽의 신분사회에서 귀족과 대칭되는 천민을 뜻하는 말로 ‘떼뜨 뉘(tete nue)’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이 말은 불어로 민머리, 즉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라는 뜻으로 곧 사회의 하층 계급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만큼 모자는 우리 실생활에서 없으면 안되는 중요성 물건이었다. 이러한 모자로 박물관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수원 화성(華城) 화홍문(華虹門) 인근에 위치한 ‘김건식 세계모자박물관’.

군용모와 교복모자, 시대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모자와 몽골, 인도 전통모, 잠수구, 철모 등 전 세계의 모자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곳이다.

지난 2010년 5월 10일 개관한 박물관은 김건식(84) 관장이 20여년 동안 구입한 모자를 전시할 박물관을 직접 만들었다.

비록 66㎡밖에 남짓한 공간의 작은 공간이지만 2천여개의 모자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고 몇만원 모자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모자들도 있다.

 


김 관장이 모자박물관을 만들게 된 계기가 좀 특이하다.

고향이 개성인 그는 일제 해방 뒤 1940년 당시에도 들어가기 힘들었던 서울대 치대에 입학하면서 서울 생활을 하게 된다. 주말 마다 고향인 개성을 오고가며 부모님을 찾았던 김 관장은 당시 학교 행사로 인해 6월 25일 당시 전쟁이 발발하던 날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고향인 개성 땅을 밟지 못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해 6.25 전쟁에 참전했고 휴전 후에 서울에서 치과를 개업해 20여년간 치과 의사의 인생을 살아온다.

잘 나가던 김 관장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제2의 인생 ‘모자 인생’으로 살아가게 된다.

50대 초반에 잠이 오지 않고 순간 정신을 잃는 일이 자주 생기게 돼 지인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된다. 병원을 찾은 김 관장은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정밀 진단을 해보니 ‘뇌종양’이라는 것.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고 요양을 한 후 퇴원했지만 이번에는 취미로 즐기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왼쪽 눈을 잃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는다.

더 이상 의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자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벽제를 찾게 된다. 우연히 친구가 담배를 10년 넘게 모으고 있는 것을 보고 진열장에 가득한 담배를 보니 나도 뭔가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모자를 모으기 사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머리에 상처도 가리고 빠진 머리카락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모자라는 생각에 수집하게 됐다. 서울 장안평 골동품 상가와 신설동 풍물시장 등을 매주 찾아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는 다양한 모자를 모으게 됐다.

일본 사마타이에서 구입한 만주 주둔 관동군 장교의 모자의 경우 당시 3천만원에 구입했는데 현재는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그렇게 모은 모자가 2천여 개나 되고 현재까지도 일반 모자부터 특이한 모자들까지 모아오고 있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오게된 동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9년 전 장안구 연무동에서 식당을 하는 큰 아들을 따라 무작정 따라오게 된다.

그렇게 온 수원이지만 막상 아는 사람들도 없고 늙어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자박물관’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김 관장은 이곳 저곳 박물관 장소로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외국인 관광객과 수원 시민들이 많이 찾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 화성 근처에 박물관 터를 잡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지을 생각은 없었다.

수원시와 모자 제조업체 등 여러 곳에 박물관 건립 추진 의사를 제의 했지만 번번히 ‘퇴짜’만 맞았다. 대부분 무상으로 소장품만 기증 받길 원했던 것이다.

그가 바라는 박물관은 단순히 모자를 모아 놓고 소장품 전시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5대양 6대주의 모자가 전시된 세계 박물관을 만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입 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김 관장은 2층을 모자 카페로 만들어 체험할 수 있는 모자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상처를 가리려고 쓴 모자이지만 이젠 내 노년 생활에 전부가 됐다”는 김 관장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 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지만 세계모자박물관을 대한민국에 세우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꿈꾸는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원화성을 방문하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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