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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따라잡기] 어르신들은 작은 기쁨으로 감사한다

 

정복해야 할 수많은 산을 넘고, 곳곳의 옹달샘에서 기쁨도 맛보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 지나면 기나긴 노년의 삶이 남겨진다. 하지만 살아온 만큼의 여생을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미리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어르신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공원에 모여 단순한 놀이거리로 시간을 죽이는 할아버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몇 시간이고 허공을 바라보는 할머니, 그분들께도 분명히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무기력한 현재를 살고 있는 어르신들 모습에 이유없이 마음이 무겁다.

내 눈과 기억 속에는 모든 것이 무료할 뿐인 어르신들만 있었지만, 수업을 하면서 열정적인 삶의 태도와 또렷한 목적을 갖고 수업에 참가하시는 어르신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이것이 기쁨이 될지, 슬픔이 될지는 자신을 위한 작은 도전과 주변의 끊임없는 격려로 충분히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르신 수업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혼자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께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지가 최고의 고민이고, 현재까지도 갖고 있는 큰 과제중 하나이다.

어르신들께 자주 다니며 뵙고 스킨십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니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남자어른신들 중에 역정을 내시면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내가 먼저 마음에 문을 열고 다가가니 지금은 먼저 다가가기 전에 어르신들이 먼저 손잡아주고 안아주며 너무나 편하고 가깝게 ‘귀한 아가’ 대접을 받고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몸을 움직이는데 있어 한계가 있기에 근력을 키우기보다는 예방차원의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고 같은 운동방법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약간의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동범위를 넓히지는 않는다.

체조수업은 빠른 ‘트롯트’보다는 ‘민요’에 맞춰 어깨근력과 무릎근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소프트발리볼 수업은 어르신들의 배구 동작을 응용해서 토스, 서브, 리시브 등등 공을 던져줘 치는 방법으로써 진행이 된다.

또한 탁구공으로 손바닥의 악력과 공던지기로 인해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기능을 없애주는 운동도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어르신들이 공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많은 운동이 된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께 잼잼과 곤지곤지를 수업 마지막 부분에 진행한다. 어르신들은 수업의 일부분인줄 알고 재미나게 하신다. 그럼 나는“잘한다 내 아가들”하며 익살을 떨어뜨리고, 어르신들은 너무 즐거워하시며 아이로 돌아간 듯 기뻐하신다.

날이 갈수록 노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져 가고 있다. 갈 곳과 해야 할 일이 없는 고령인구를 어디에서 수용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열정을 담은 어르신들을 위한 수업을 통해 배움의 기회와 젊은 시절만큼이나 즐겁고 흥미 넘치는 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노년기의 시간은 청년기의 불안감과 장년기의 책임감을 모두 걷어내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의 수업이 어르신들의 작은 기쁨과 작은 활력소가 돼 많은 어르신들의 남은 여생을 보다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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