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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가슴에 묻고 전쟁고아를 품에 안은지 어언 60년
영양실조 아이위해 개구리 잡아 먹이며 온정...아이들은 미래의 표상
아동보호에 평생을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 받아


글 ㅣ 김상희 기자 ksh@kgnews.co.kr
사진 ㅣ 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수 원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나 광교산을 자주 등반하는 사람들은 어렴풋이나마 경동원을 기억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모여사는 시설 정도로 떠올리는 경동원은 3번, 13번 버스를 타고 광교로 접어들어 용머리 입구 다리에서 내리면 바로 코 앞에 있다. 가끔 뉴스시간에 정부 고위관계자가 방문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이곳은 유명한 곳이다. 놀라운 일은 경동원이 40년째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43-2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이에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서 행운이고 앞으로도 아이들을 보살피는 삶을 살 것 입니다.”

한국전쟁의 발발로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를 보살피기 시작한 1952년부터 현재까지 3천400여명의 아이들을 키워온 정의순 경동원 원장은 놀랍게도 84세다. 아이들의 할머니 역할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경동원’은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광교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1952년 팔달구 신풍동의 한 주택가에서 문을 연 경동원은 1954년 고등동으로 이전 했다가 1970년 현재의 자리로 신축이전 했다.

7세 이하의 영·유아를 보육하고 있는 경동원에는 현재 77명의 어린 천사들이 생활지도원, 간호사, 영양사 등 총 36명의 엄마와 함께 지내며 넘치는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정 원장을 ‘할머니’라 부르며 곧 잘 안겼으며 아이들을 안고 있는 정 원장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84세의 고령이라는 나이가 느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천사들의 보금자리 경동원에서 오로지 아이들의 행복만을 바라며 집안의 큰어른 할머니의 역할을 맡아온 정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전쟁 고아들을 품안에

정 원장이 아이들을 도맡아 키우기 시작한 인연은 1952년 한국전쟁 당시 부터다.

정 원장은 “어떤 계획도, 거창한 목표도 없었어요. 단지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라며 전쟁 당시 피난길에 홍역으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아이를 한 번에 잃은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25세였던 정 원장은 두 아이를 먼저 떠나 보냈지만 20명의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아 경동원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도움을 받아 팔달구 신풍동에 집을 하나 얻어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정 원장은 “국가지원이나 자원봉사의 개념 조차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어요”라며 “결국 친정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의 손을 빌리고, 전쟁에 남편을 잃고 갈 곳없는 부녀자들의 숙식을 제공해주면서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젊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는 정 원장은 영양실조상태에서 들어온 아이들을 위해 개구리를 잡아다 구워 먹이며 힘들게 시설을 운영해 나갔다.

먼저 보낸 자식들이 생각나 고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시작된 이 일이 내년이면 벌써 60년을 채운다.

“시장과 미군부대 등에서 식료품들을 구해다 하루를 근근히 사는 데 바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아직도 제가 할일이 많이 남았으니 아이들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정 원장의 얼굴에는 기쁨과 보람이 가득했다.

아이들밖에 모르는 ‘아이 바보’

60년 가까이 경동원을 운영하며 오로지 ‘아이들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온 정 원장은 “앞으로도 아이들을 잘 기르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속의 체험’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말로 학습시키는 것보다 생활속에서 놀이와 체험을 통해 습득시키는 것을 훨씬 중요하다는 것.

경동원에는 보육사들의 방이 따로 있지 않다. 눈 뜰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며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 원장의 신념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지만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과보호를 해서도 안 되고 보듬어 주지 못하고 혼내기만 해서도 안 되죠.”

7세가 넘어 다른 시설로 보내야 할 때에도 정 원장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 원장은 낯선 곳에 가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을 걱정해 경동원 자원봉사자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지역의 시설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동원의 아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입양을 가거나 7세 이후에는 다른 시설로 옮기기 때문에 나중에는 경동원과 정 원장을 기억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정 원장은 “저를 기억 못 한다고 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하지는 않아요”라며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라는 모습만으로도 뿌듯합니다”라고 아이의 행복을 빌었다.

이같은 지극한 ‘아이사랑’으로 수원시와 정부에서 감사패, 표창장을 수 없이 받은 정 원장은 지난해 영·유아 및 아동보호에 평생을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았다. 훈장 얘기가 나오자 “전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던 정 원장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펴 환한 웃음을 지켜주고 싶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웃음넘치는 경동원

36개월 미만 영아만 보육했던 초기의 경동원은 시내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정 원장은 1970년 조용하고 자연을 벗삼을 수 있는 광교산 자락으로 이사했다. 정 원장은 “꿈을 안고 옮겨온 이곳은 아이들이 자라는데 최적의 환경이지만 광교산 일대가 그린벨트에 묶여 시설을 늘릴 수가 없어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대궐같이 큰 집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비록 큰 규모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있다는 것은 자신합니다”

정부지원만으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만 많은 사람들의 봉사와 기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항상 감사하다는 정 원장은 “시에서 법정규정에 맞게 만이라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경동원은 7세 미만 아이들만이 생활하는 시설인데 큰 아이들이 지내는 다른 시설들과 똑같이 취급해 애로사항이 많아요”라며 “봉사자들 도움 없이는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입니다”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해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해요. 그래도 사명감을 갖고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고생해줘서 고맙고, 꾸준히 봉사와 기부를 해주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정의순 원장은.

△1945.04 강릉공립 심상소학교 고등과 수료

△1952.11 사회복지법인 경동원 원장

△1967.02 아동복지사업 공로표창장(경기도지사)

△1979.10 국회의원 이병희 표창장

△1979.12 감사패(수원시장)

△1981.05 아동복지사업 공로표창장(경기도지사)

△1981.12 인권옹호 유공표창장(수원인권옹호협회장)

△1985.11 박애상(육여사추모회)

△1988.05 대통령 표창장

△1988.05 수원시장 표창장

△2003.05 국민포장(대통령)

△2004.12 백범봉사상(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2005.09 아동양육시설 평가 표창(보건복지부장관상)

△2006.09 경기복지대상 수상(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

△2007.11 아동양육시설 평가 우수시설 지정(보건복지부)

△2010.09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대통령)

경동원 연혁

△1952.11 경동원 창립(신풍동)

△1954.01 고등동으로 이전

△1956.08 사회복지법인 경동원 설립

△1962.06 아동복지시설 인가

△1970.11 하광교동으로 신축이전

△1977.07 입양기관 지정 인가

△1995.08 부설 어린이집 인가

△1995.12 영·유아 종합시설로 변경 인가

△1998.12 아동숙사 및 강당 증축 완공

△2001.06 영아시설 평가 우수시설 지정

△2002.10 본관 개축

△2003.12 보육시설 건축 신축 준공

△2003.12 어린이집 건축 신축 준공

△2005.02 아동양육시설 평가 우수시설 지정(보건복지부)

△2005.09 아동양육시설 평가 표창

△2006.12 어린이집 평가인증 통과

△2007.11 아동양육시설 평가 우수시설 지정(보건복지부)

△2010.12 아동양육시설 평가 최우수시설 지정(보건복지부·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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