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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시절 배운 다마스기법 널릴 알릴 터
에너지와 인간이 혼합된 ‘심해생물’은 차기작품 주제
표현의 다양성으로 감동주는 조각가의 꿈


글ㅣ김장선기자 kjs76@kgnews.co.kr
사진ㅣ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3 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구형된 강하고 견고한 양감(量感)의 구성체인 조각. 조각 작품들을 가만히 들어다보고 있노라면 쉽게 보이진 않지만 새로운 것,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고뇌가 작품에 오버랩(overlap)되곤 한다. ‘에너지’와 ‘인간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택기(40) 작가 또한 적지 않은 시간들을 고민하고 실험적 요소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된 작품은 산고의 고통을 이겨낸 산모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인 아기처럼 그에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선사한다. 예술가들이 오래된 명작에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쩌면 이런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품의 재료, 테크닉, 소재나 주제보다는 작가의 생각을 충실히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그를 용인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조각가라는 옷을 입기까지의 과정

그가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고교 시절, 취미로 미술반 활동을 시작하면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수채화를 주로 그렸던 그는 활동적이고, 입체적이며, 다양한 재료를 통해 탄생되는 조각 작품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자신의 성향과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도 조소과를 선택했다.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기에 즐거웠고, 그에 대한 결과물로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적찮게 탔다.

같은 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보다 넓은 조각 세계를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다니던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였어요. 처음에는 1년 간 유학을 다녀온 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이었죠. 하지만 국내와는 다른 그 대학만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에 반해 7년 동안 머물게 됐습니다.”

그는 30대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지만, 자신에게 있어 가장 보람되고, 알차게 보낸 시기가 이 때였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다마스 기법’을 채득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고대 칼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였던 다마스(다마스커스)는 연철, 강철, 니켈 등 성분이 다른 철을 혼합해 긴 단조과정을 거친 뒤 또 다른 철의 성분(연성과 강성의 혼합과 문양)으로 탄생되는 기법이에요. 이 과정을 거친 뒤에는 철의 표면에는 다양한 문양이 생기게 되죠. 물성 스스로의 특성과 힘에 의해 독립적인 요소로 재료 그 자체가 예술품이 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이론이 가능한 것은 재료 자체를 작가 스스로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문양과 형태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이 작업에는 고도의 테크닉과 힘겨운 육체적 노동, 긴장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프랑스 교수의 권유로 우리나라 인간문화재에 준하는 정루이 오흘랑이라는 스승을 만나 4년 간 이 기술을 습득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는 내후년 쯤 다마스 위한 도구들이 준비되는 대로 작품을 제작,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국내에선 아직 기술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고 말한다.

“초반에는 이 기법을 이용, 일반 대중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이후 사람들에게 다마스 기법이 익숙해 질 쯤엔 나만의 독특한 조각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에너지’,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된 그의 작품 세계

그가 프랑스에서 돌아와 대중에게 선보인 첫 작품은 ‘푸들, 프렌치 불독, 닥스훈트’라는 청동 재질의 조각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테마는 ‘집중에너지’.

자세히 살펴보면 강아지들의 특징이 형태적으로 강하게 과장돼 있다. 닥스훈트의 허리는 실재보다 길고, 푸들은 사자처럼 부풀어 있다. 마냥 귀엽고 예쁜 모습의 강아지가 아닌 본성과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이 김택기 작가의 의도다.

현재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있는 작품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민들의 연장선에서 상반된 이미지와 흡사한 행위의 결합으로 표현되는 ‘뮤지션(Musician)’.

이 작품의 설계는 현대과학문명이 탄생시킨 그래픽3D 기법으로 시작한다. 디지털 드로잉 과정을 거친 로봇태권V는 스테인레스스틸 환봉을 이용해 캐스팅, 용접, 전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구현된다.

이 과정을 거친 로봇은 실질적인 오브제(악기)를 만나 형상과 기능의 변화를 이루며 ‘뮤지션’으로 재탄생된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 추억 속에 머물렀던 존재, 현실화되지 않았던 존재를 나름의 변형을 통해 현실화·구현화시키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전투로봇의 인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즐겁고 경쾌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행위 중에 하나인 연주자의 모습으로 자의를 대신해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 그리고 왠지 모를 슬픔도 함께 밀려옵니다. 아마 다른 개념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김 작가는 차기 작품으로, 에너지와 인간에 대한 연구가 서로 혼합된 ‘심해 생물’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쉽게 볼 수 없고 접하기 어려운, 화려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심해 생물이라는 것.

이는 ‘창조’적인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예술가의 열망과도 연관돼 있다. 닮아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까.

“제 작품을 접하는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각기 다른 작가가 만든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표현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돼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소재, 기법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조각가로 남기를 바랍니다.”

김택기 작가는.

● 학력

△1998년 부산 동아대학교 조각과 학사

△2001년 동 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200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 학사

△2005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원 석사

△2006년 프랑스 소르본 빠리 I 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초기 논문 졸업

△2007년~ 소르본 빠리 I 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논문 과정

● 수상

△19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과천

△199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과천

△1997년 매일 미술대전 대상, 대구

△2000년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우수상, 대구

△2000년 단원 미술제 우수상, 안산

● 전시

△1997년 국제 환경미술제, 서울 예술의 전당

△1998년 올포멧 4인전, 부산 석당 갤러리

△2002년 오토포트레 크로와즈(AUTOPORTRAITS CROISES), 서울·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3년 한국의 이미지전, 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4년 한국인 아트 페스티벌(ART FESTIVAL COREENNE), 프랑스-스트라스부르그

△2005년 페스티벌 다마스전(FESTIVAL DAMAS), 프랑스 센드알자스

△2006년 프랑스 청년작가 전시회, 프랑스 파리

△2008년 경기미술 초대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2008년 디지털과 현대조각의 만남전, 서울 디지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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