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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Story] 박용국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 회장

조각가 박용국에게서 쇠 냄새가 풍긴다
차가운 스테인레스 그의 손길 거치면 따스함 뭍어나
수원미협 다양화 위해 젊은 작가 수혈에 온힘


글 ㅣ 김상희 기자 ksh@kgnews.co.kr
사진 ㅣ 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수원미술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회장과 수원미술전시관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용국 회장(48).

지난 10월 12일 작가로서의 신념과 수원미술 발전을 위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를 만나기 위해 수원미술전시관을 찾았다. 전날(11일)부터 개최된 ‘매홀미술제’ 때문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에게서 지역 미술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중·고등학교 때 미술부 활동을 했던 그는 수원 유신고 시절,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던 김인겸(66) 작가에게 깊은 영감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인겸 작가는 1996년 한국 작가 최초로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 초대돼 파리에 정착,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활동하고 있는 조각가다.

“뛰어나진 않았지만 미술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은사님이 홍익대 조소과에 강의를 나가신다는 것을 알고 홍대에 가기 위해 입시준비를 시작했죠.”

홍대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한 후 그는 오산시 새마대 근처 작업장에서 10여년 동안 작품활동을 했고, 이후 2009년부터 화성시 팔탄면으로 작업장을 옮겨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2001년 미술평론가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그를 ‘쇠 냄새를 풍기는 사내’라고 칭했다. 그는 주로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스테인레스 스틸로 작업하고 있는 그는 작품을 통해 ‘차가운 매체를 사용해도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미술뿐 아니라 역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1998년 ‘History’라는 주제로 화성시 안녕리 조각스튜디오에서 열었던 첫 전시회를 통해 과거 역사 속에 담겨진 문명을 발굴해 내고 자신의 현대적인 어법으로 다시 복원했다.

 

 

1998년부터 총 5회 개인전

1998년부터 지금까지 총 5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작가로서의 개성 또한 강하다.

고충환 평론가는 2004년 3회 개인전이었던 ‘수상조각 프로젝트’의 작품(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가공해 만든 입체 구조물을 물에 띄우는 형태의 조각)들에 대해 “자연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조각을 실현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조각에 대한 반성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들은 수직성과 직립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조각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서 기계적인 동력이 아닌 사물의 구조적인 성질을 이용, 부력과 풍력의 힘을 빌린 자연친화적인 작품이다.

화성시 팔탄면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에만 몰두하던 그는 지난해 2월 수원미술협회장과 수원미술전시관장에 취임하면서 지역예술발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는 취임식 인사말에서 “개인의 사욕을 내세우지 않고 협회원들을 먼저 생각하고 이전의 소중한 전통은 이어나가되 좋지 않은 관습들은 쇄신해 나가면서 협회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가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수원미술협회는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회화 중심으로만 집중돼 있었죠.”

이런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이끄는 협회 임원진을 수원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서양화, 문인화, 동양화 등 각 분야의 특성을 살려 골고루 임명했다.

그는 회화 중심의 수원미술을 다양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작가의 수혈이 중요하다고 했다. 때문에 수원미술협회에서는 해년마다 신진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독려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젊은 작가 기획 초대전’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젊은 작가 초대전’을 통해 서울로 흘러들어 가는 지역작가들을 수원으로 유도할 수 있고, 새롭고 다양한 미술을 소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원뿐 아니라 가까운 화성이나 오산지역까지 확대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작가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나 전시 기획자 등 미술행정 인력 양성도 시급합니다”

지금까지는 작가들이 작품활동과 전시기획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전문적으로 기획을 하는 인력이 있으면 좀 더 다양하고 획기적인 기획전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미술환경은 열악합니다. 작가들 대부분이 서울로 유입되고, 전시공간과 창작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죠”

서울농대 부지 조속 개방 문화적 공간 활용 필요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는 그는 8년째 방치돼 있는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소재 서울농대 부지를 하루 빨리 개방해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부지개방요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는 수원미술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 폭넓은 미술시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임기 내에 수원시립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며, 비엔날레 같은 다양한 미술행사도 시도하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만큼 그의 자리는 소명의식 없이는 힘든 자리다.

그는 “제 움직임이 작게 나마 수원미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의욕적으로 수원미술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작가들의 복지에 힘쓸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지역미술 발전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박 회장은 취임 후 줄어든 작업시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 6번째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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