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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따라잡기] 열정과 사랑은 닫힌 문도 열리게 한다

 

2 010년의 겨울은 우리에게 잔인한 계절이었다. 성탄절이 다가올수록 설레임 보다는 슬픔과 허전함만이 수업공간을 채울뿐. 그러나 누구하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제나처럼 기합소리 우렁차게 소리 지르며 락권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4년의 겨울 어느날,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헬스와 장애우체육만 3년간 지도하며 일에 대한 무기력감에 빠진 나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동네체육관에서 학부모님을 상대로 무료태보교실을 운영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아무준비도 안돼 있던 필자는 자신도 모르게 단번에 승낙을 해버렸다.

인터넷과 비디오, 세미나 등을 한 달동안 마구마구 받아들이고 공부했다. 그러면서 한국식 태보인 락권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말그대로 즐거울 락(樂), 주먹 권(拳)을 써서 즐거운 태권도라는 개념이다. 음악에 맞춰 태권도의 발동작과 손동작 그리고 복싱의 손기술을 추가해 나만의 락권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첫수업에 5명이 나왔다. 생소하기만한 그들의 얼굴에 미소를 띌수 있게 만들기 위해 일단 주부들이 가진 스트레스와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고자 노력했다.

새천년건강체조로 몸을 풀고 태권도의 기본동작을 단순화 시켜서 음악에 맞추기 시작했다. 반복동작을 많이 넣어서 누가해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했다.

주먹을 지르고 발을 차면서 땀을 흘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합소리가 나오고 어느새 마음의 근심걱정과 스트레스는 온데간데 없게 됐다.

동호인 뿐만 아니라 지도하는 나에게도 건강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음속의 우울감이 락권을 하고 나면 없어지고 심각한 생각들도 금방 잊게 됐다. 성격도 더 밝아지고 자신감이 넘쳤다.

5명이 10명이 되고, 10명이 30명이 되고 수업시작한지 한달이 좀 넘자 50명의 인원이 됐다. 유모차를 끌고 내려오는 아이엄마들, 중년의 아주머니, 환갑을 넘기신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주부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수업은 70명을 육박하면서 대성황을 이뤘다.

그렇게 1년이 돼 갈 무렵 동호회 회장님을 주축으로 1주년 행사를 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발표회 준비를 시작할 때 였다.

체육관에서 이제는 더 이상 장소제공을 해 줄 수 없다며, 수업을 끝내라는 것이었다.

나는 또 다른 곳에서 락권을 전파하면 되는 입장이지만 이제 막 락권에 빠져서 1주년행사까지 준비하고 있던 동호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동호인들은 1주년 행사만이라도 하고 그만두게 해달라 부탁했지만 체육관에서는 난색을 표하며 당장 그만두기를 원했다. 개인사업장이라 더 이상의 부탁이 오히려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호인 언니들은 그날 이후 발벗고 나서서 다른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이 가까운 거리에 또 다른 체육관이 있었는데 그곳의 관장님을 찾아 뵙고 사정을 말씀드린 후 수업을 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그 체육관에는 음향시설이 전혀 없어서 작은 CD플레이어로 힘들게 수업을 이어나가던 중, 한 동호인의 남편분이 익명으로 하고 싶다며 선뜻 100만원 상당의 음향장비를 구입해 기증해 주셨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락권에 온몸을 던지기로.

2007년 5월에는 에어로빅팀과 연합해 도지사기 생활체조대회에 용인시 대표로 나가게 됐다. 에어로빅 동호인들에게 락권 동작을 연습시키고 송판격파연습을 수십번 반복하면서 그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6년여의 시간이 흐르니 아파트단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사설댄스학원도 2곳이나 생기고, 시민체육센타 개관으로 아파트 단지까지 셔틀버스도 들어왔다. 사람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없어도 이곳은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는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2010년 겨울, 동호회에서 오랜만에 하는 회식날 넌지시 이별을 통보했다.

이별을 말하는 나도 그 말을 듣는 동호인들도 도저히 이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제는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2월 23일 목요일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락권수업은 끝이 났다.

우리 인생에 락권이라는 운동을 통해 인연이 돼 함께 땀흘리고, 웃고, 울고, 사랑하고, 열정을 쏟았기에 평생동안 잊지못할 얼굴들이고 이제는 어디가서도 그만큼의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싶었다.

또 그런사랑 받아볼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채 오늘도 필자는 어르신들과의 수업으로 발걸음을 향해본다.올해 겨울부터 락권정기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모임은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또한 여지껏 받은 락권 여러분의 사랑을 다른 곳에도 전파할 것이다.

락권여러분 사랑합니다.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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