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는 경칩(驚蟄)도 지나고 완연한 봄이다. 경칩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 초목의 싹이 돋고 동면하던 동물이 땅 속에서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비록 며칠 사이 꽃샘추위가 시샘을 부리고 있지만 이 역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한 과정일 뿐,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이미 산과 들에는 봄꽃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봄을 즐기는 사이 잠시 방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산불이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십 년을 가꿔 온 수목이 단 한 번의 화재로 잿더미로 변하는 것이다.
산불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4월 4일에 발생한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산불이다. 그 피해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만㎡에 달했고 중요 문화재인 낙산사의 전각 대부분과 보물 제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올해 3월 1일에도 충북 옥천지역에서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해 임야 5천㎡ 이상이 손실되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봄철 산불은 우리 주변에서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3천3건이 발생했고, 산림과 임야 약 600만㎡가 소실됐다. 특히 봄철인 3월에서 5월에 발생하는 산불은 전체 산불 건수의 57%에 달하는 1천701건이었고 그 피해 규모도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봄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이다. 봄에는 겨울 내내 움츠렸던 마음과 몸을 풀기 위해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다.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봄을 만끽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다.
하지만 산행 중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와 금지된 취사행위는 소중한 산천을 산불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해 1월 30일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인근 마을사람 100여명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고 임야 25㏊가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 역시 발화원인은 등산객의 실수로 추정된다.
두 번째 원인은 논·밭두렁 태우기이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예전부터 해충을 감소하고자 농촌에서 많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논·밭두렁 태우기는 실제로 병해충 방제 효과가 거의 없고 병충해의 천적인 거미나 사마귀 등 농사에 이로운 벌레만 많이 죽인다고 한다.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무분별한 논·밭두렁 태우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논·밭두렁 태우기는 산불화재의 주된 원인이 되며, 때로는 소중한 인명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부득이하게 논·밭두렁 태우기를 할 경우 사전에 소방서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 충분한 안전조치 후 실시해야 한다.
의왕소방서를 비롯한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선제적으로 산불에 대응하고자 ‘봄철 산불예방 및 진압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각종 캠페인 등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단계별로 비상 상황관리체제에 돌입하는 등 소방 행정 전반에 걸쳐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산불을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이 산과 들에서 담배 피우지 않고 금지된 장소에서 음식 조리하지 않는 등 산불화재의 심각성을 인식해 예방수칙을 준수한다면 부주의로 인한 산불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더 이상 부주의로 인한 산불로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가 고통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병호 의왕소방서 현장지휘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