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예향(藝鄕)을 자부하던 안성시가 최근 문화예술에 소홀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더욱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마저 최근 30년 가까이 살던 안성을 떠나 수원시 광교산 자락으로 이주를 결정해 안성시가 문화예술도시를 포기한게 아니냐는 반발마저 나오고 있다.
17일 안성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해 예산 3천735억원 중 132억원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책정했으며 한국예술문화단체안성지회(이하 안성예총)에는 500여명의 예술인이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총 33억6천9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약 5억원 넘게 예산을 삭감했고, 안성 거주 예술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문화예술 행사지원 예산도 지난해보다 약 2천만원 줄어든 3억4천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시가 과거와 달리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시 문화계와 시민들은 시가 대기업 유치와 개발에만 혈안이 돼 문화예술인들을 타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과거 안성에 거주하며 주목을 받던 무용가 홍신자 씨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임동창, 연출가 김아라, 시인 황청원 등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안성을 떠난 상태다.
여기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전세계에 안성을 알리는 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온 고은 시인마저 최근 수원 이주를 선언하면서 시의 문화예술인 홀대가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나온다.
안성에서 10여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한 미술인은 “과거에는 안성시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장소로 평가받았고 시 역시 문화예술에 큰 비중을 둬 많은 예술인들이 앞다퉈 안성을 찾았다”며 “안성시가 무형의 자산인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제고 등으로 예향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가 과거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며 “상설공연과 전시회를 비롯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