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침을 뱉다가
국화꽃에게 그만
미안하고 미안해서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만
그동안
죄 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개똥, 말똥, 소똥에게 미안해서 그만
국화꽃에게서 닦아낸 침을
내 가슴에도 묻혀 보았더니 그만
국화 향기가
국화 향기가 그만

우리는 자신에게 불편한 것은 늘 내뱉는다. 국화에게 미안하다는 이 시편이 죄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세상의 다른 존재들에게, 그리고 혼자 깨끗한 듯 퉤퉤 침을 뱉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뱉은 침이라도 닦으며 살라고 다독인다. 내가 뱉은 침이 어느 들꽃들에게 묻었을 지라도 그 침을 닦는 순간 그 향기가 내게로 온다. 국화를 닦는 순간 국화향기가, 똥을 닦는 순간 똥내로 전이(轉移)되는 놀라운 정리(情理)를 노래주고 있다. 시인은 언제나 세상의 멘토다. 그러나 시인의 멘토는 언제나 자연! 자연은 아무에게도 침을 뱉지 않는다. 이 가을에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더러는 들꽃이 되고 새똥도 돼 사람과 자연, 자연과 나를 번갈아 보고만 살 수 있다면 좀 덜 미안할 지도 모르겠다. /김윤환 시인
- 안상학 시집 ‘아배 생각’/2008년/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