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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간

헌 장판을 들추어내자

만 원 한 장이 나왔다

어떤 엉덩이들이 깔고

앉았을 돈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게 잠깐 동안

위안이 되었다

조그만 위안으로 생소한

집 전체가 살 만한 집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웬만큼 살다가

다음 가족을 위해

조그만 위안거리를 남겨 두는 일이

숟가락 하나라도 빠트리는 것 없이

잘 싸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 걸 알았다



아내는 목련나무에 긁힌

장롱에서 목련꽃 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웃었다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 에서

 

 

 

길일을 택해 이사하거나 결혼하는 사람을 볼 때는 마음이 푸근하다. 이사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날을 따지고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나약함이 엿보이기도 하고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도 한없이 따뜻하다. 만원 한 장이 집안을 목련 같은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여기서는 물 한 방울이 사막에서는 그 가치가 목숨과 비견되는 것처럼 여기서도 만원 한 장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 다음 이사 올 사람에 대한 배려이든 아니든 만원 한 장 정도를 빠뜨리고 가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고, 그 빠뜨린 만원을 찾아서 기뻐하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다. 나도 앞으로 이사한다면 일부러 만원 한 장 장판 밑에 두고 갈 것이다. 그것이 그 누군가의 행복이 되길 바라면서, 복 돈이 되길 바라면서.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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