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약국에서 쌀을 파는 시대가 열렸다.
약국에 설치된 도정기를 이용, 즉석에서 쌀을 도정해 시중가보다 약 15% 저렴하게 3kg당 1만원에 최고 품질의 경기미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하 도농기원)이 즉석도정기 생산업체인 ㈜나록과 공동개발해 약국숍인숍 업체인 스토리스토어, 독정RPC와 경기미 판로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전국의 200여개 약국에 보급해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약국에서의 쌀 판매는 소비자들의 구매편의와 건강증진은 물론 농가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운영 6개월이 지난 현재의 실상은 어떨까.
선뜻 나서는 약국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실적에 대해서는 아예 함구했다.
도농기원은 당초 4~5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운영중인 약국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도 농기원 관계자는 “경기미가 몸에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약국에서 판매하는 틈새시장을 노렸는데 저변확대가 덜 됐다”며 “가정용 즉석도정기 마케팅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우량 원료곡의 안정적 생산 및 품질관리 홍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운영을 맡은 스토리스토어 측은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충남, 경남 등지에 단 20여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가맹업체 약사들과 만나 사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12월부터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경기미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약국내 즉석 도정쌀 판매계획은 소리만 요란한 채 현실정서를 외면한 사업적 발상과 따로국밥식 운영실태, 참여 약국들의 외면 등으로 설익은 ‘탁상행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