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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준규"내 마당"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떼가 온다

무언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파도의 산을 넘어

내 마당에는 매일 은행나무가 성큼성큼 다른 길을 내고

마치 사막의 설치류가 오솔길을 만들듯

내 마당에는 매일 청개구리가 폴짝폴짝 담을 쌓는다

담 사이에는 순간순간 이끼가 자라고 봉선화 피고

내 마당에는 담이 없고 내 마당에는 담이 하얗다

내 마당에 널 불렀더니 너는 훌쩍훌쩍 마당을 지우고

내 마당에 널 앉혔더니 너는 키득키득 마당을 맛있게 먹었다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입구가 없고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자꾸자꾸 죽기만 한다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떼가 오고

고통도 없고 절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사랑도 없다

내 마당은 커다란 배가 되고

나는 끝없이 노를 젓고 더 이상 동료도 없고

나는 땡볕에도 녹지 않는 얼음산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희망 없이, 내 마당을 완성하기 위하여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지금 젊은 시인의 선두주자인 이준규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은 내게 즐거움이다. 내 마당이라는 시에서 희망이 전혀 없는 것 같지만 실은 내 마당의 완성이 희망이고 이 시인의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상상의 마당이고 땅과 물과 모든 것이 서로의 자리를 고집하지 않아 마당으로 잉어떼가 온다는 것은 마당이 연못일 수 있고 마당에 연못이 있을 수도 있고 마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기에 혼란하나 결국은 상상으로 가득 채워가는 마당이다. 잉어떼, 개구리 등이 등장하여 푸른 계절이 찾아오기도 하는 마당이다. 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 개방적이고 폐쇄적인 마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시인은 마당의 완성을 위하여 푸른 청사진을 그려 가고 있다. 언젠가 시인의 집에는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푸른 마당이 오아시스처럼 있을 것 같다. 나도 은하수가 흐르는 소리 나직이 들려오고 부드러운 풀밭이 펼쳐져 꿈의 체위로 사랑을 찾아가는 그런 마당 하나 꿈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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