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 같기도 한 새 한 마리가
어쩔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유리창에다 하늘을 붙여놓은 줄 모르고
그리로 힘껏 날아가다가
그만, 머리를 부딪쳐
죽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폭이란
한없이 좁은 것이어서
저걸 어쩔까, 어쩔까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 시집 ‘그리운 여우’/창작과 비평
“새”는 자신이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차단당했다는 것을 알았을까?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사람들 또한 어느 순간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생이 차단당할지 모르고 살아간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그저 “힘껏” 사는 일에만 몰두할 뿐이다. ‘찰나’의 시간을 살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면서 소중한 인연들을 놓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모두에게 시공을 넘나드는 시간의 연대기는 필요하지만, 현실의 속도는 빠르고 “인간의 폭”은 그렇게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