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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그림자는 눕고 사내는 서 있다

앞으로 뻗은 길은 하늘로 들어가고 있다

사내는 그러나 길을 보지 않고 산을 보고

사내의 몸에는 허공이 달라붙어 있다

옷에 붙은 허공이 바람에 펄럭인다

그림자는 그러나 길이 되어 있다

/오규원

 

 

 

햇빛이 쨍쨍한 오후의 풍경이 찍힌 사진을 보는 듯한 시다. 시 속에 서 있는 사내는 어떤 옷차림이고 얼마큼의 몸집과 키와 어떤 생김새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필요 없는 흑백사진이다. 밝음과 어둠, 명암만이 또렷한 형상들. 그건 어쩌면 우리 삶의 기억의 편린 같은 것인지 모른다. 기억은 색깔이 없으니 말이다. 기억도 지워지고 있는 “길” 위에서 우리는 “허공”을 먼 곳이라 여기며 “산”의 형상, 그 꿈을 바라보며 잠깐 “서 있는” 것이다.

/ 권오영 시인

- 시집 ‘두두’/ 2008 / 문학과 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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