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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정병근"단호한 것들"

나무는 서 있는 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푸르게 길들이고

물은 흐르는 한 천성으로

내 귀를 바다에까지 열어놓는다



발에 밟히면서 잘 움직거리지 않는 돌들

간혹, 천 길 낭떠러지로

내 걸음을 막는다.

부디 거스르지 마라, 하찮은 맹세에도

입술 베이는 풀의 결기는 있다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서 있는 것들, 흔들리는 것들, 잘 움직이지 않는 것들,

환하게 피고 지는 것들

추호의 망설임도 한 점 미련도 없이

제 갈 길 가는 것들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좋은 시를 끊임없이 써내는 시인이 바로 정병근 시인이다. 이 시 앞에서 내 삶이란 내 혼자서 영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사랑도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의지하고 기대고 그렇게 살아간다. 반려 견을 집에 둔 사람은 집을 비우고 멀리 가지 못한다. 전적으로 의지하고 사는 개가 굶을 까봐 멀리 가도 걱정이 되어 재빨리 돌아온다. 개를 임시 맡기는 개 호텔도 생기고 여러 가지 편리가 제공되나 그것마저 영 마음에 내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정병근 시인의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시인을 보호하는 단호한 것들이란 그러면 무엇이냐? 그것은 가장 사소하나 가장 위대한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제 멋대로 자라다가 필요할 때는 모든 것을 바쳐서 다가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가까워 잊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이 떠나야 그때서야 내게 사랑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랑 후에 있는 것이다. 혼자 뚜벅뚜벅 단호하게 가나 소리치면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이다. 다정다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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