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는 물론
귀, 입, 턱까지 문드러진
돌부처 하나
길가에 홀로 서 있다
그러나
안쓰러워하지 말라
돌부처는 지금
본래 제 모습으로
하나씩 몸을 버리며
독경 중이시다
- 시산맥 2012 겨울호
모든 생명들과 사물들은 生滅의 과정을 거친다. 영원할 것 같은 단단한 돌부처도 마찬가지이다. ‘길가에 홀로 선’ 돌부처의 코와 입, 귀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마모되고 서서히 부처의 형태를 잃어버린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일그러진 코와 입을 보면 안쓰럽다. 그러나 시인은 ‘안쓰러워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모든 생명들과 사물들이 그러하듯 돌부처도 ‘본래 제 모습’이었던 먼지로 돌아가느라 ‘하나씩 몸을 버리는’ 중이다. 아니 경을 읽으며 수행을 하고 있다. 결국 쓸쓸하게 사라질 돌부처. 영원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을 견뎌줄 것 같은 우리의 생명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한 존재다. 먼지로 돌아간다. 그래서 허무하다. 수행은 소멸되는 자신의 고통을 견디는 방식이다.